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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신작시/김영산/'벽화5'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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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산
댓글 0건 조회 3,021회 작성일 02-11-0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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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영산

1964년 전남 나주 출생. 1990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로 등단. 시집 『평일』.


벽화 5
  -벽을 타고 오르는 눈이며


언제부터인지 밤이 편안하다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고 시(詩)를 쓰지 않아도 된다
커단 서른아홉의 중턱에서
어느 시인은 서슴없이 꿈을 버린다 했는가
나는 마흔을 바라 무엇을 버리는가
애인이여 늙는 애인이여
나는 밤을 괴롭지 않고 자고 일어나 어제처럼
19층 아파트 젖은 벽을 타는 
눈 내리는 장엄을 볼 것이다
나는 쏟아져 내리는 흰 벽의 벽화를 그리겠고
벽만 찬 벽만 바라보면 된다
오래 머무르며 바라본 사람의 등이 그린 
벽화
길을 가는 사람의 등이 그리는 
벽화
모든 옛날의 눈 보내야 온다
그러니 눈은 수직으로 내리지 않고
벽을 어루며 온다
벽화는 기울면서 그려진다






馬夫


내게 지금 馬夫는 없다 1970년대 박정희 아버지는 우리 동네 馬夫였다 말구루마는 걸어서 따라가기 좋았지만 내가 지쳐 돌아와야 흠뻑 젖어 돌아왔다 읍내장 다녀온 말은 한식경을 큰 콧구멍 벌렁대다가 저문 마구간에서 여물을 먹었다 나는 다음날 학교 가는 길에 질긴 말풀이 묶여져 있어 넘어지곤 했다
내게 馬夫는 이제 없다 다만 책장 유리벽에 붙여진 馬夫 영화의 포스터 한 장, 장안의 최고 배우 馬夫김승호가 씁쓸한 낯으로 담배를 피우며 한 손에 살진 흑마의 말고삐를 그러쥔 채 걸어가고 있다 그 뒤편에 펼쳐진 옛날의 하늘빛이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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