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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신작시/강미정/'햇빛구경'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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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미정
댓글 0건 조회 3,569회 작성일 02-11-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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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강미정 
1994 시문학 등단. 시집 <타오르는 생> 외. 부산민족작가회 회원. <월요시> 동인.


햇빛 구경



올해 새로 돋은 저 눈부신 햇빛, 
맨발로 뛰쳐나온 그 여자 울던 자리에 
폴짝폴짝 깨금발로 뛰어온 아이 꼬옥 안고 
한참을 그렇게 서있던 그 자리에
새로 돋은 연초록 나뭇잎 사이로 
포롱 포르롱 내려와 연신 꽁지깃을 까딱거리네  
아이 손잡고 들어간 저 맨발의 여자도 
올해 새로 돋은 아픔을 걷는 것이리 
우우우 그 여자 울부짖음처럼 
수만 갈래 바람으로 날려가는 꽃잎
햇빛의 발걸음으로 땅을 밟고 가는 저 몸짓들!
나에게도 올해 새로 돋은 아픔이 있어  
이토록 뜨겁게 몸 앓고 있는가 
파르르 잘게 떨고있는 연초록빛 눈부신 그림자로 
내 얼굴 위를 걸어가는 햇빛, 
그 여자의 맨발이 환히 놓여졌던 자리에서    
아린다는 말, 알 것도 같네  
너무 밝아 속살 아린다는 저 눈부신 아픔 
수만갈래로 갈라지며 부딪히며 내게로 왔던 
올해 새로 돋은 저 눈부신 햇빛, 






뻔뻔한 홍매화 향기


  이제 홍매화는 요염한 자태를 한껏 내뿜으며 늙어가고 있었다
  그 나무 아래에 든 사람들은 
  뉘엿한 햇살을 뚫는 범종소리 속으로 두 손을 모으며 들어갔다 
  둥근 무늬를 그리며 범종소리가 홍매화 그늘 아래로 가득 고여 왔다 
  몇 겁의, 햇볓에 쟁여진 꽃잎이 겹겹으로 떨리는 듯 했다 
  법고의 울음소리며 목어의 비늘빛이며 운판의 날개짓을 
  다 빨아먹은 눈빛으로 홍매화는 서 있었다  
  나는 그 늙은 향기에 갇혀 있었다    
  지 새끼들을 생각하면 뻔뻔스러워야제, 
  뭉뚝한 손끝을 모으며 탑을 돌던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다
  독하고 뻔뻔스러운 늙은 홍매화 향기 속에 계신 
  나도 문득 뻔뻔스러운 향기를 가진 여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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