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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신작시/함기석/'물은 흐른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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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함기석
물은 흐른다
집을 떠난 물고기가 물 속에 뛰어들었다
물은 놀라 푸른 속살이 갈라지고
부드러운 혀를 내밀어
물고기의 입술을 열고,
몸과 몸이 섞이고
지느러미가 울고
꼬리가 뒤틀리고
온 몸이 맑은 눈이 되어
지친 등껍질아래 박혀있는 굵은 가시를 바라본다
껴안을 수 없는, 제 몸을 뚫고 지나가는, 가시를 보며
물은 흐른다
달의 이빨이 박히며, 출렁이며
꿈틀거리는 알 수 없는 길을 따라
더 낮은 곳으로
숨어있는 돌멩이에 무릎이 깨어지며
날아오르는 꿈을 위하여
투명한 팔을 벌리기도 하고,
소시지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합성된 육신, 눈도 없이 입술도 없이 둥글고 길쭉하게 타협적으로 자신의 몸을 말아 넣고 통통하게 살이 오르며 사랑 없이 태어난 몸, 적당하게 기름이 섞여 있거나 자신만만하게 소금간이 베어 있는 탄력 있는 붉은 덩어리, 정체가 무엇인지는 자신도 몰라
직선으로 뻗어있는 몸뚱이를 토막토막 잘라 끓는 물에 던지면 국물이 우러날지 몰라, 세계가 조금씩 변화될 거야, 얼큰한 맛을 내려하거나 아니면 지글지글 기름 두른 철판 위에 통째로 投身할지도 몰라, 꾹꾹 눌러가며 이리저리 구르다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리고, 입맛에 맞게 냉동된 욕망이 익어가거나 오늘과 다른 내일이 올 지도 몰라, 이빨 없는 입을 벌리고 그렇게 소리 없는 웃음을 흘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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