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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문화산책/본바닥 뮤지컬의 도래와 한국 뮤지컬의 가능성/장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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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원재
댓글 0건 조회 4,435회 작성일 02-06-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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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장원재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본바닥 뮤지컬의 도래와 한국 뮤지컬의 가능성: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웨스트앤드와 브로드웨이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

런던의 웨스트앤드와 뉴욕의 브로드웨이는 세계 뮤지컬 시장을 이끌어 가는 양대 산맥이다.  걸어서 돌아다닐 만한 거리 안에 좌석 규모 600석에서 2,000석에 이르는 극장들이 오십 여 군데나 포진해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이 곳들 뿐이다. 아울러, 고정적으로 극장을 찾는 연극 애호가 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으며, 관광객을 포함한 잠재 관객의 숫자 또한 엄청나다는 점에서도 웨스트앤드와 브로드웨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게다가, 이 '연극의 나라'에서는, 사실주의 연극에서 부조리극, 실험극에서 제의극과 민속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이 매일 저녁 쉬지 않고 무대에 오른다. 문화적 포용의 범위가 그만큼 넓고 크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보면 뮤지컬이라는 단일 장르가 다른 모든 장르를 합친 것보다 빈번하게 공연된다. 그만큼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다. 웨스트앤드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은,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경쟁자에 맞서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연극 장르라는 의미를 갖는다. 제작자와 배우, 작곡가와 스텝들은 작품성이 뛰어나면서도 관객에게 충분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데, 수 십 년 간 누적된 자료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에서 이익이 발생하는 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의 냉정한 평가를 견디고 살아남아 웨스트앤드나 브로드웨이에서 일 년 이상 장기 흥행에 돌입하는 뮤지컬은, 일단은 믿어도 좋은 명품들이라고 보아 무리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오페라의 유령>은 믿을만한 상품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86년 10월 웨스트앤드의 허 메저스티 극장(Her Majesty Theatre)에서 초연된 이래 현재까지 좌석 점유율 97% 이상을 기록하며 16년째 순항하고 있고, 88년 4월 미국에 상륙한 이래 뉴욕에서도 비슷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빼어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열기가 다소 사그러 들었지만,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오페라의 유령> 입장권을 구입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향후 1년 반 분의 표가 매진된 적도 있었다. 오죽하면 '표를 사시겠다고요? 훔치세요!(Buy the ticket? Steal it!)'라는 광고 문안까지 등장하였겠는가. 일곱시간 이상 줄을 서야 당일 취소 티켓을 구할 수 있었기에, 아예 담요와 침낭을 가져다 극장 옆에서 밤을 세우는 관객도 부지기수였다.

한국어판 <오페라의 유령>의 문화사적 의미

그렇다면, 지난 12월 2일 오후 세 시, 역삼동의 LG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위용을 드러낸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판 공연의 역사적인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100억에 이르는 투자비? 1년 여에 걸친 사상 최장의 연습기간? 첫 공연 날, 극작가 차범석, 연출가 임영웅, 영화배우 안성기, 장동건, 신은경, 의상 디자이너 앙드레 김 등, 여러 문화계 인사들이 개막 한 시간 전부터 로비에 운집하여 한껏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무엇이 '역사적'이고 어째서 '축제'인가. 이번 공연은 원작의 판권 소유자인 영국의 리얼리 유스풀 컴퍼니(Really Useful Company: RUC. 앤드류 로이드가 대주주인 뮤지컬 제작 회사. 각각의 작품을 만들 때 자회사 형식의 주식회사를 꾸리고, RUC는 대주주로 참여하는 관례가 있다. 예컨대 영국에는 오페라의 유령 주식회사, 캣츠 주식회사, 선 셋 블러바드 주식회사, 휘슬 인 더 윈즈 주식회사 등 매 작품의 제작과 극장 수익을 전담하는 회사가 있으며, 대주주 RUC는 전세계 판권 및 기타 수익 사업권을 관장한다.)가 직접 관여하고, 연출을 비롯한 대부분의 스텝을 파견하여 제작을 진두지휘한 오리지널 라이센스 공연이다. 한국의 뮤지컬 종사자들이 세계 일류의 예술가들과 직접적으로 교통하며 작업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역사적이다. 리얼리 유스풀 컴퍼니는 소도구와 의상은 물론, 무대 건축물의 거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제작하여 한국으로 공수하였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연극은 장르의 속성상 수공업적인 숙명을 지니고 있다. 대량생산 및 대규모 동시 유통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비효율성을 다소나마 개선하기 위하여 리얼리 유스풀 컴퍼니가 고안한 방안이 이른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전략이다. 히트 상품을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다발적으로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 이 전략의 골자인데, 연출 무대건축 의상 조명 안무 등의 아이디어를 새로 짤 필요가 없어 각 프로덕션의 제작 단가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이 전략의 알맹이다. 한국어판은 이 전략에 따라 세계에서 열 네 번째로 제작된 최신형 <오페라의 유령>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이야기 거리가 숨어 있다. 영화에 맞서는 생존전략의 하나로, 웨스트앤드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은 무대 건축과 무대장치에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으며 화려한 스펙터클로 관객들을 유인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무대 제작 기술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으며, 리얼리 유스풀 컴퍼니가 매번 한 두 가지 정도의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각적인 요소에 관한 한 세계 최신형인 한국어판 <오페라의 유령>은 세계 최첨단의 무대 미술과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뮤지컬 시장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한국에서, 이만한 제작비를 쏟아 부은 것은 일대 모험이다. 자본의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험을 걸었다는 것. 그래서 축제다.

영국의 '유령'과 미국의 '유령' 그리고 한국적 해석과 인물의 재창조

유령 역을 맡아 열연한 윤영석은 이 역사적인 축제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압감이 그를 짓눌렀던 것은 아닌지. 개막 첫 날 1막 3장에서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Opera)'를 부를 때는 한박자 반 정도 목이 메었으며, 1막 4장의 유명한 아리아 '밤의 음악(Music of the Night)'를 부를 때는 저음의 발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연기의 톤이 비교적 단색으로 흘렀다는 점도 문제이다. 이 역할은 광기(狂氣)와 섬세함, 격렬한 증오와 애틋한 사랑을 순식간에 오가며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도전이다. 말하자면, 화를 내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더라도, 각 상황과 장면에 맡게 감정의 수위를 미묘하게 조절하며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뮤지컬의 핵심은 유령이라고 불리는 천재 은둔 작곡가의 감정 상태와 심리 상태가 크리스틴이라는 여배우를 만나 어떻게 변해 가는 가를 보여주는 데 있다. 비슷한 톤으로 시종일관한다면, 스토리의 흐름에 따른 외부적 상황의 변화는 표현할 수 있어도, 유령 내면의 변화와 변모를 표현할 길은 꽉 막혀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2막에 접어들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호흡과 발성을 자신 있게 가져간 대목에서 발전의 징후를 읽는다.

유령 역에 관해서 라면, 이 독특한 극중 인물이 가지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몇 마디를 보태고 싶다. 필자는 <오페라의 유령> 런던 공연을 아홉 번, 뉴욕 브로드웨이판 공연을 두 차례에 걸쳐 관람하면서, '유령'의 이미지가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예컨대,  영국판 '유령'이 거의 신격화된 예술가의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면 브로드웨이판 '유령'은 섹시한 느낌마저 자아내는 세련된 남성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영국 뮤지컬과 미국 뮤지컬의 차이에 대해 언급해보자. 두 나라의 뮤지컬은, 대상으로 하는 관객(target audience)이 다르다는 지점에서 좌우로 갈라진다. 이것은 무슨 말인가. 영국의 뮤지컬은 비교적 단일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에, 미국 뮤지컬은, 이민자 사회라는 미국의 특성을 반영한다. 영국제 뮤지컬이 이야기와 내용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적 요소에 주력한다면, 미국제 뮤지컬은 화려한 의상이나 현란한 춤 같은 시각적인 요소에 치중하며 승부를 거는 것이다. 말하자면, 문화적 코드가 같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미국으로 건너간 영국제 뮤지컬은 거의 모두 성공을 거두지만, 미국제 뮤지컬은 영국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뉴욕에서 각종 뮤지컬 상을 휩쓸고 기세 좋게 런던에 상륙했다가 한 달 만에 쓸쓸히 막을 내린 93년 작 <그랜드호텔> 같은 작품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왜? 미국에는 드라마적 요소를 중시하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관객'층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 영국에는 '시각적인 화려함'만을 즐기기 위해 극장에 출입하는 관객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어 판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유령의 이미지는 어느 쪽의 해석을 채택하였을까? 유감스럽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어떠한 이야기도 할 수가 없다. 아직까지는 뚜렷한 캐릭터가 떠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측 연출자 김학민은 "처음 연출 제의가 왔을 때 연출로서의 역할이 어느 정도 보장될까, 외국 연출자의 통역이나 하지 않을까 하는 식의 고민이 없지 않았다. 사실 누가 연출을 해도 '해럴드 프린스(1986년 런던 초연 연출가)판'의 카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며 비교적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은 바 있다. 같은 기사에서 그는 "오리지널의 컨셉트를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우리 맥락에서 뭔가 새로운 '변화'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연출 제의를 수락했다고 밝히고, "그런 시각차는 캐릭터에 대한 해석에서 두드러졌다"고 언급한 뒤 '유령' 캐랙터의 해석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다.

'프린스판` 유령 연출법은 외로움과 고독 광기 절제미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 외국 연출자(아서 마셀라)의 컨셉트도 프린스판을 그대로 따랐고 윤영석이 거기에 합당한 인물로 막판 낙점 됐다. 그런데 우리 관객들은 그런 유령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노래는 좀 부족하더라도 폼나고 매력 있으며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을 좋아했다. 그래서 윤영석의 대역(얼터니트)인 김장섭이 오히려 인기 있는 유령형으로 보여지는 것 같다.(중앙일보, 2001년 12월 26일 문화면)

필자는 아직 김장섭의 연기를 감상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므로, 한국어판 '유령'에 대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는 본질적인 한계를 감수하고 말을 하자면, 아직까지는 원작의 권위와 우리나라 관객의 취향, 배우들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아우른 '한국형 유령'의 이미지가 구축되지 않은 듯 하다. 윤영석은 연기력에서, 김장섭은 가창력에서 각각 약점을 노정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창조적인 '유령'상이 하루 빨리 정립되기를 기대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가 아니다

음악적 색채를 놓고 볼 때 <오페라의 유령>은 고급문화(오페라)와 대중문화(뮤지컬)적 요소가 섞여있는 '퓨전 뮤지컬'이다.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제목이 이미 널리 유통되고 있지만, 보다 충실한 번역을 하자면 <(파리) 오페라 극장의 유령>이 될 터이다. 뮤지컬 공연에 '오페라'라는 단어를 표제어로 직진시킨 제작진의 저의는 무엇인가. 음악극이라는 커다란 범주 안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2002년 현재 대중 친화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페라가 뮤지컬을 당해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음반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오페라를 포함한 모든 클레식 음악의 비중이 7%내지 8%에 불과한 실정이다.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제목은, 다소 극단적인 표현을 쓰자면 제작진의 '전략적 사기'이다. 팝 음악 일변도로 흐르지 않고, 오페라의 맛을 내면서 극을 끌고 가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닌 것이다. 말하자면, 오페라를 선호하는 관객들을 뮤지컬의 세계로 안내하겠다는 문화적 초대장이라는 말이다. '사기'라는 말의 의미는? 제목에 '오페라'라는 단어를 넣기는 했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여전히 팝 음악을 저변에 깔고 있는 뮤지컬이다. 웨스트앤드와 브로드웨이의 <오페라의 유령>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팝 발성법으로 노래하면서, '정통 성악 발성법'으로 양념을 친다. 성악 발성법만으로는 다수를 점하는 일반 관객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첫 공연 출연진 중 이러한 성격에 가장 충실한 노래를 부른 배우는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의 이혜경이었다. 이혜경은 성악 전공자이면서도 성악적 발성법에 함몰되지 않고 팝 발라드와의 퓨전을 이루어 냈다. '생각해(Think of Me)', '다시 여기에 있다면(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등의 아리아는 그의 음악적 훈련의 깊이가 만만치 않음을 과시하였다. 아울러 라울 남작(류정한)과의 사랑을 키워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장기간에 걸친 연극적 수련의 흔적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한국어 가사가 몸에 익지 않은 듯 여러 지점에서 호흡이 끊어지고, 단속음에 의해 리듬이 다소 처졌던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음악적인 면만을 놓고 말한다면, 성악 전공자가 대종을 이룬 이번 공연은 한국 뮤지컬 사상 최고 수준의 작품이라고 단언할 만 하다. 그러나, 거의 모든 배우들이 성악적 발성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은 몹시 안타깝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대목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전반적으로 딱딱하고 어색한 점도 불만이다. 여기에는, 전문 배우층이 두텁지 않다는 한국 뮤지컬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숨어 있다. 라이브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손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가요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마찬가지로, LG 아트센터의 커다란 무대를 노래로서 사로잡을 수 있는 가수가 얼마나 있을까. 여기에 '연기력'이라는 가늠자를 더하면, 연출가의 구미에 맞는 뮤지컬 배우를 찾는 것은 실로 난망한 일이었으리라. 이 지점에서, 한국어판 <오페라의 유령>의 제작진은 '연기력'쪽을 상대적으로 희생시키고 '음악'쪽으로 힘을 몰아간 것은 아닌지. 가창력은 훌륭하지만 '연기력'을 기준으로 이번 공연을 평가하자면,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배우들의 연기 수준은 한국 최고 수준에 한참을 밑돈다.    

한국어 가사에 대해서도 불만인 점이 있다. 영어 원본에서는 각운(脚韻)을 살려가며 부드럽게 이어지는 시적인 가사가 무대를 채운다. 반면에, 한국어 판 번역자는 원문의 내용을 전달하는데서 손을 놓아버린 것은 아닌지. 관념적인 단어가 빈번하게 튀어나오고, 구어체와는 거리가 있는 표현이 이어지는 가사는, 관객들의 귓전에서 서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세계 최고 수준을 향하여

개막 초반 무대 휘장을 제 시간에 걷어들이지 못한다든가 기타 여러 가지 무대 운영상의 사소한 실수가 이어지고, 모든 연기자간의 앙상블이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어판 <오페라의 유령>이 세계 최고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자면, 샹들리에가 낙하하는 속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한국 쪽이 느리다. 그래서, 그 장면이 갖는 박진감이나 박력이 객석으로 침투하지 못한다. 한국어 공연의 전체적인 수준을 백분율로 환산하자면 90점 정도. 그러나, 그 마지막 10%는 단기간에 급격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 마지막 10%가, '단순한 감탄사'를 '가슴을 관통하는 서늘한 감동'으로 밀어 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번 공연의 성취와 한계가 어디까지 이를 것인지를 짐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연의 마지막, 컴컴한 지하에서 '유령'이 그토록 사랑했던 크리스틴을 돛단배로 떠나보내며 "오! 크리스틴, 크리스틴. 나는 당신을 너무도 사랑했다오…"라고 흐느끼듯 노래할 때 상당수 여성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점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적어도, 이번 공연이 '한국적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최대한도의 역량'을 결집시킨 공연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거듭되는 공연을 통하여 앞에서 지적한 미비점들을 상당수준 보완하고, 모든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박수를! 

추천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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