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6호/신작시/채필녀/'누워있는 여자. 사하라'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채필녀
댓글 1건 조회 4,168회 작성일 02-11-04 14:21

본문

신작시
채필녀
경기 안성 출생. 98년 현대 시학으로 등단



누워있는 여자. 사하라


살갗이며 피이며 심장이며 자궁인 모래,
어디를 만져도 몸이 달아, 숨이 막히는
뜨거워, 벌거벗은 채 수없이
체위를 바꾸는 여자
팔과 다리는 바람과 함께 떠도는
불구, 천형의, 일어나지 못하는 여자
상상임신으로 늘 배가 둥글고
젓가슴이 홀로 흔들리는 여자
짓밟는 발자국을 신기루로 유혹해 쓰러뜨리고
하얗게 삭아가는 뼈와 몸을 섞는 
등골이 오싹한 여자
가도 가도 메마른, 끝이 없는 여자
낮동안 빨아들인 해의 열기, 해와의 정사를
싸늘하게 식혀버리는 밤
살아있는 씨를 감추고 한방울의 비를 기다리며
초원을 꿈꾸는 여자
가끔 모래폭풍을 일으켜 세상 끝까지 정복하는 
여자, 원래 녹색의 땅이었던,
누워있는 그 자리가 전생이며 내생인
때가 묻지 않는 여자
심연 깊숙이 푸른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는,






수명에 대하여


손이 닿아야만 켜지고 꺼지는
책상 위 불이 저절로 툭 꺼진다
손가락을 대니 다시 들어온다

방안을 떠도는 내가 아닌 나,
끈적한 땀과 살에서 떨어져나간 먼지
이불 속에 한나절이 넘도록 도장처럼 찍혀있는
모습과 체온, 이런 게 자라고 있다
피곤에 지친 틈을 타
일순 나보다 더 큰 힘으로 뭉쳐져 
불을 건드리는 내가 있다
몸에 남아있는 나보다
몸을 이탈한 내가 더 커지고 있다

누가 나를 건드린다
매일 밤 나는 캄캄한 심연속으로 떨어진다
문이 닫히고 빗장을 걸 듯 나는 폐쇄된다
아침마다 툭, 누가 나를 건드린다
하품과 기지개로 몸이 열린다
어두운 몸속 환하게 불이 켜지고
차가운 핏줄이 따뜻하게 차오른다

스탠드 센서를 건드린 내가 아닌
점점 커지고 있는 나
누군가 나를 건드리던 손끝이 
언젠간 나보다 더 커버린 나를 
건드리겠지, 새로운 별이 떠오르겠지

다 써버려 불이 들어오지 않는 전구가,
골수를 비워내고 검게 변해버린 뼈가,
문 밖에서 삭아가고 있다
추천46

댓글목록

profile_image

신광철님의 댓글

신광철 작성일

    사막과 성욕은 묘하게 교차되며 사람을 달뜨게 만든다. 괴성을 지를 듯 사막은 욕망믈 불지르지만 사막은 더욱 아름답게 그려진다. 살아있는 생명으로서의 사막을 바라보는 듯 하다. 근육이 꿈뚤대고 육욕이 달아오른, 목이 뒤로 제껴진 욕정은 너무나 사실적으로 바람이 불고 요동치는 그러나 오아시스라는 비밀 하나를 가슴에 간직한 사막을 멋지게 감상했습니다. <br />
  고맙습니다. <br />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