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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신작시/고찬규/'건조주의보 외 1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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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찬규
댓글 0건 조회 3,375회 작성일 02-11-04 14:22

본문

신작시
고찬규 
1969년 전북 부안 출생.
199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건조주의보 외 1편 
    ― 권호에게



때이른 장미 몇 송이
사월의 휴일처럼 매달려 있다
시 쓰는 후배는 바람이 불면 
불면이라고 털어놓았다
국산 소나무는 더 이상 
숲을 이루지 못하고
거울 속엔 낯선 얼굴

실감나게 바람이 불고
사실적으로 노래하고 싶은 가수는 
오선에 목을 매거나
건반 밑에 눌려 숨을 죽였다
초록은 동색이라 믿는 
어느 누구 하나  
서로의 색깔을 확인할 방법이 
반도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활자는 검게 인쇄되었고
컬러 텔레비전은 연일 정장 차림으로 
시국대담화문을 발표하는
벌거숭이 임금님을 보여 주고 있다
누구나 눈을 뜨고 있었지만 
보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며
귀먹고 눈먼 자들은 다 내게로 오라 
고 하는 사람들로 거리는 붐비고 있다 

일요일은 주일
간절히 기도하겠다고 마음먹은
그 이른 아침에 보았다
여인의 손가락을 닮은 
풀잎이 떨구는 것은 다름아닌   
새벽의 눈물이었음을을
그리고 어느 누구도
어디로도 달아나지 못했음을






어떤 봄날 2


버릴 것 버리고 이사를 했다
지독하게 화창한 봄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처음부터 붉은 잎 
끝까지 푸른 열매를 본다, 수시로

오늘 가지는 희망은 
어제보다 작아야만 했다
반지하에서 옥탑방으로 이사를 한 뒤
날개가 강조된 바퀴벌레를 본다
내가 떠난 자리엔 누군가 
괜찮은 혹은 좀더 나은 방이라며
텅 비인 공간에 
보금자리를 꾸밀 것이다, 종종 
비울 수 없는 것은 마음이었다

산 높이 밤창으로 이사 온 지 두 달 남짓
무리지어 소곤거리는 친구들을 만난다
어둠에 밀려 아이들이 꼭꼭 숨어 들고
동네 어귀의 할머니가 돗자리를 말아 들 때
어김없이 산 위엔 별들이
그 아래론 불빛들이 저마다의 몫으로
빛나고 있다 어디서든
잠시만 눈을 감아 보면
별빛도 불빛도 애써 구별지을 필요가 없다

빛보다 더 밝은 어둠이 눈을 뜨면
어둠을 배경으로 우뚝 선 나무
든든한 것은 말이 없었다
추천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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