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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신작시/김규성/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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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규성
허수아비
겨울 들녘엔
미처 철거하지 못한
회백색 십자가 뿐이었다
그 무기수의 사지(四肢)를,
바람이 매질하고 갔다
눈이 또 무거운 추를 달아주고 갔다
겨울은
아직 골고다에 이르지 못한 허위(虛威)의
상처가 썩어가는 신음이었다
까치 한 마리
몰래 날아와
가만이 귀 기울이고 있다
장불재
여기 억새꽃 억세게 살아
바람이 바람만바람만 찾아오는 것이다
풍차의 신작로마다
파르르 유성이 떨어진다
그 희고 가비얀 영혼들을 꼭꼭 지신밟기하는
나그네 운동화 검은 굽 밑에서
은하수가 몇 마지기 봉토(封土)를 확장하고 있다
너덜겅 천년 묵은 바윗돌이
1mm 구르는 것도 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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