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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신작시/박일환/새우 튀김을 먹는 저녁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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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일환
1961년생. 1997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으로 『푸른 삼각뿔』이 있음.
새우 튀김을 먹는 저녁 외 1편
특별한 일도 없이 하루가
굽은 등처럼, 휘어졌다
어제처럼 혹은 내일처럼
휘어지고 굽은 것들이 옹기종기
식탁에 모여 있다
창밖에는 낯익은 어둠이
오랜 친구처럼 둘러서 있고
그 모든 풍경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흘러간다, 침묵 속으로
튀김옷을 입고 있는 새우들이
불편해 보인다고
한참만에 누군가 웅얼거린 것도 같았다
즐거운 날들
누가 잘라 먹었는가
묻기도 전에 먼저 대답하는
도마뱀의 저 능청!
몸 보시라도 해 달라고 조르는 놈들 하도 많아
귀찮아서 그냥 잘라 줬지
아침 출근길
지하철 역으로 꼬리 잘린 도마뱀들이 줄지어 들어간다
마치 꼬리가 없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엉덩이를 바삐 흔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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