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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권두언/제5호를 내면서/환경문학이 필요한 시대/맹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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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호를 내면서
환경문학이 필요한 시대
맹문재
기형 개구리 오염된 물탓, 자연생태 외면 예견된 완전실패, 환경정책 IMF 파고에 표류, 환경운동은 세계적 반체제운동, 엘리뇨 大재앙, 먼지의 도시, 남해안 어패류 환경호르몬 재앙, 먹는 샘물에 방사능 물질, 대기오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오존주의보 다음날 사망자 7% 늘어나, 더워진 지구 방치 땐 재앙, 환경호르몬 인류의 미래 위협, 엘리뇨 이상고온 생태계 뒤죽박죽, 환경호르몬 비상, 붉은 미국 가재 토착 생태계 파괴, 정자 줄이는 환경호르몬 우리 식탁에 마구 오른다, 지구는 災害병동……. 필자가 스크랩해서 가지고 있는 환경 관련 기사들의 목록이다. 신문이나 잡지가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는 사실을 감안하더라고 상당히 위협적인 경고이다. 마치 리프킨(Jeremy Rifkin)이 {엔트로피} 서문에서 독자들에게 "물가는 두 배, 세 배로 오르고 생산성이나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온 세계가 핵전쟁의 위협에 떨고…… 모든 것이 우리를 절규하게 하는 상황이다. '왜 이런 사태에 대해서 아무런 방비책이 없소!' 석유회사, 정부, 경제학자, 노동조합, 지식층 등등 관련된 사람 모두를 질책해도 여전히 사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쓰레기와 공해물질은 곳곳에 쌓여 가고, 그래서 땅, 강물, 공기는 모두 오염되고 있다. 우리의 눈은 따갑고 피부가 퇴색되고, 폐가 곪아간다."와 같이 경고하고 있는 것과 같다.
대체로 리프킨의 주장은 베일리(Ronald Bailey)가 {에코스캠}에서 반박했듯이 과장된 면이 있지만 자기 이익의 증식을 위해 엄청난 속력을 내고 있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경고는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정말 우리의 상황은 환경을 걱정하지 않고는 먹을 수 없고 입을 수 없고 볼 수 없다. 길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서 있는 음식점, 러브 호텔, 주유소, 위락시설, 아파트, 공장, 가두리 양식장…….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제대로 볼 수 없는 서울의 뿌연 하늘, 어쩌다 산에 올라가 시가지를 내려다보면 저절로 입이 막히는 빽빽한 아파트들, 하루종일 막히는 도로, 매일 넘치도록 쓰레기를 싣고 아파트의 정문을 빠져나가는 쓰레기차들, 버스 요금을 내듯 당연하게 사 마시는 생수……. 싫든 좋든, 관심을 두든 두지 않든, 실행을 하든 하지 않든, 환경문제는 이제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창간 1주년을 맞는 본지는 이러한 환경문제를 기획의 주제로 삼고 다양한 영역과 연결해 보았다. 오늘의 우리 문단은 환경문제에 대해서 아주 소극적이다. 몇몇 시인이나 작가 그리고 평론가들이 실천활동을 하고 또 작품을 쓰고 있지만 대부분은 환경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환경이야? 또 환경이야? 하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거 뭐 뻔한 거 아니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도 여긴다. 시민운동 단체들과 시민들은 환경문제를 점점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문단만이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그 편협성과 이기심이 씁쓸하다. 몇 해 전엔 꽤나 관심을 갖고 문예지마다 특집을 마련하는 등 야단법석이었는데 왜 이렇게 관심이 식었을까? 그것을 한마디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의 참으로 좋지 않은 문화인 소위 '냄비문화'의 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상업적인 면에서 도움이 안 되고 또 치열한 문단의 경쟁에서 살아남는데 유리한 소재가 되지 못된다는 이유에서 무시하고 있으니 참으로 씁쓸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호에 실린 창작품과 특집 원고들에 대해서 독자들의 관심을 기대한다. 김종성 님의 소설 [열목어], 환경운동연합 부설 (사)시민환경연구소에 있는 백명수 님의 [한국 환경 운동의 자취와 흐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학평론가 고명철 님의 [묵시록적 전망에 대한 <<녹색평론>>의 혁명적 모반], 신예 문학평론가인 김요안 님의 ['생명의 나무'를 키우는 식물적 상상력]과 김동윤 님의 [최근 장편소설의 생태주의적 사유 방식], 홍종필 교수님의 [광고를 통해 본 환경인식과 그 문제점], 역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김남석 님의 현대 희곡을 통해 생태 위기를 살핀 [생태 위기에 관한 연극적 보고서] 등을 우선 권해본다. 이밖에 강우식 시인으로부터 신강우 시인에 이르기까지의 신작시, 이호림 님의 소설, 홍기돈 님의 소설 계간평, 김창수 님의 시 계간평, 젊은 시인 조명란에 실린 이문숙 시인의 신작시, 장원재 교수님의 <오페라 유령>을 통해 한국 뮤지컬의 가능성을 살핀 글, 명망있는 영화평론가 이상용 님의 요즘 흥행하는 조폭영화에 대한 고찰과 이승희 님의 TV드라마에 대한 고찰 등도 지면을 풍성하게 채워주고 있다.
이번 호에는 특히 허청미, 유정임 두 시인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기쁨을 갖는다.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삶의 가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두 시인의 시적 감수성을 높게 산다. 앞으로 더욱 구체적이면서도 우주적인 큰 변주의 노래를 부르기를 기대해본다. 소설, 희곡, 평론의 투고작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지만 좀더 수준 높은 작품을 기다려보자는 취지에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세계 10대 뉴스의 목록에 항상 과학기술의 업적이 오르고 있는 이 후기 자본주의 시대. 우리는 이 사실에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안함을 갖는데, 그 이유는 환경문제와 인간성 상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시대에는 정치혁명도 경제혁명도 필요한 것이지만 환경혁명 또한 요구된다. 혁명이란 타협이 아니라 전복이고 이론이 아니라 실천행동이다. 그러므로 환경혁명은 오늘의 이 견고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성취할 수 없을 것이지만, 유토피아가 달성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자체가 가치 없는 것은 아닌 것처럼 환경혁명 역시 그 과정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환경혁명의 지향은 곧 상생의 가치를 추구함이다. 서로를 지배하거나 착취하거나 속이거나 수단화하지 않고 오히려 이해하고 위해주고 또 발전적인 길을 열어 가는 인식이고 실천행동인 것이다. 이 봄 {리토피아}의 환경문학이 그 한 길이다. 함께 해보자.
맹문재(시인, 본지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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