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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신작시/함기석/'첼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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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함기석
댓글 0건 조회 4,281회 작성일 02-11-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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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함기석

1992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


첼로



기차가 해안선을 달린다
11월 하순의 바다는 검은 첼로다
물의 흰 속살이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져
육지로 떠밀려 올 때마다
암갈색 물새소리 들려온다

바다의 발등에 앉아
바다의 입술을 바라본다
수평선 뒤에서 
내 목젖보다 말랑말랑한 어린 소녀가
종이배 타고 온다 
첼로소리 꽃잎들 내 귓바퀴에 떨어지고
물새도 눈시울이 젖는다

기차가 해안선을 달린다
첼로의 팽팽한 줄 사이로 물고기가 튀고 기차가
내 가슴속 소녀의 무덤 위로 달린다 

        



토마토
 아름다운 음악이 들려온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귀를 세운다 단풍나무 아래 어항이 보인다 흔들리는 물풀 사이에서 소녀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피아노 옆엔 물레방아가 있고 카페 브람스가 있다 굴뚝에서 뽀글뽀글 공기방울들이 올라오고 있다 말괄량이 금붕어 하나 소녀의 겨드랑이 지나 굴뚝 위로 올라온다
 카페 안은 아프다 문이 열릴 때마다 촛불들이 지느러밀 흔들며 파득인다 꽃들이 어두운 기침을 한다 파란 깃털의 새 한 마리 브람스 눈꺼풀에 앉아 홀로 와인을 마시고 있다 겨울 내내 지나온 허공의 길, 길의 상처와 고독을 마시고 있다 창 밖으로 반짝반짝 눈이 내린다 눈송이 사이로 등줄기가 아름다운 금붕어가 지나간다
 나는 구두를 벗고 어항으로 들어간다 물풀 사이로 지나간다 소녀도 피아노도 보이지 않는다 브람스는 모래밭으로 변해 있고 속눈썹 예쁜 반달만 물 속에 떠 있다 토마토 안녕! 금붕어가 내게 윙크한다 나는 두 손에 금붕어를 받쳐들고 어항을 나온다 바람이 분다 툭! 빠알간 단풍잎 하나 어항으로 떨어진다 나는 쓸쓸히 단풍나무 꽃그늘을 떠난다 내가 금붕어를 들고 레테의 강변으로 가는 동안 하늘에서 어둠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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