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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신작시/조정인/지하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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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정인
댓글 0건 조회 3,221회 작성일 02-06-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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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조정인
1953년 서울출생. 1998년 《창작과 비평》 등단.

지하드 외 1편


포인세티아 손톱 만한 속엣 것이
이상하다 바닥에 뚝. 선혈처럼 진다
어제 밤새에도 뚝뚝 앳된 꽃잎을 흘려놓더니

초겨울 임시보호텐트 새우잠에서 눈 뜬
차도르 속 겁먹은 검은 눈동자 젖어온다
새로 낀 요 홑청을 적시던
초경의 아침은 그렇듯 문득 찾아오질 않던가

오늘 무슬림의 한 소녀 홀로 해 뜨나보다
울컥울컥 꽃잎을 쏟아 내나보다

꽃을 통과하는 한 발 총성

펄럭, 들쳐지는 지구의 속엣 것에
점점이 붉은 체온 번진다






유리
        

나무는 나무를 그리다가 숲이 되었다

골목으로 제 울음에 골똘한 아이가 뛰어간다 아직 캄캄함에 불과한
발자국이 찍힌 골목은 말할 수 없이 투명하다
제 캄캄함에 골몰한 돌맹이를 들춘다
뒤엉켜 사랑중인 지렁이 흠칠 놀란다
돌을 덮고 나는 일상으로 위장한다

유리, 결빙된 의식의 스크린
  
설거지통에서 다른 일상과 뒤섞인 유리잔이
길게 금간다
뚝. 혈맥이 끊기고 硅砂가 흘러내려 하수구를 빠져나간다
빈혈이 인다 나는 한 병의 물병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도 지극히 태연하던
이 작은 일상을 팽팽히 유지하던 시냅스는?

재앵 쟁쟁쟁쟁쟁……한 트럭 분의 그리움이
외부의 사소함으로
생애 단 한 번뿐인 제 견고한 결속을 풀어야 할 때의 아픈,
푸른 비명이
먼 남쪽 해안을 떠나 귓전에 부려지는 아침

아이가 다급하고도 절실하게 엄마를 부르며 골목을 빠져나간다
아이가 지워진 캄캄함을 따라 길이 딱딱딱 뛰어간다
식도처럼 길고 구불텅대는 구멍의 바깥은 숲이다
숲에는 풀씨처럼 자욱히 비가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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