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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신작시/박주택 생애의 지도/박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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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주택
댓글 0건 조회 3,544회 작성일 02-06-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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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주택
충남 서산 출생. 경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꿈의 이동 건축』『사막의 별 아래에서』등이 있음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생애의 지도


모든 집들에게 나를 데려가 주기를 기원한 적이 있었으니
그 수많은 집들 너머 어느 낮은 언덕 아래 덤불 우거진
집에는 불꽃이 타올랐다, 그곳에는 생애를 기록한 책이 먼지에
뒤덮인 채 숨을 죽이고 길은 저녁을 향해 열려 있었다
그 길에 강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꿈들이 눈물 없는 체념을 배우고  
생애의 지도에는 이름이 새겨지기도 했다
나 또한 밤이면 그 무엇을 이기지 못해, 슬픔이 고여 있는
수척한 지하실의 층계를 밟으며 내려가기도 했었으니
추함이 서랍과 장롱을 채우고 게으름이 다락을 채웠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비가 내리고 낙엽이 물에 젖을 때
추억들은 물에 젖어 타오르지 않을 것이다
장님처럼 헤매며 강가에 앉아, 운명이 먹어치우는 시간을
보며 삐걱거리는 길들에게 말을 붙인다, 여기 운명에
버림받은 자 길에 주저앉아 노래를 흥얼거린다, 마침내
나를 데려가 주기를 열망한 집들에게 버림받고 비가 내리는
강가에 앉아 이름을 비천한 생애의 지도에 새기노라
    




일요일날 협죽도 생각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낡아 있는 벽지에서 푸른 안개 같은 것이 새어 나와
시계와 달력을 부드럽게 감싸는 것이었다, 순간, 이상하게도
편안한 느낌이 들어 깃털처럼 가벼워졌는데 그것은 마치
수도원 나무 그늘 벤치에 쉬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그때, 찬송가를 들은 것같이 성스러운 기운이 창에 윙윙거리고
몸이 붕 허공으로 솟아올라, 삶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것도
잊을 뻔했다, 불현듯 협죽도 생각이 났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뿌리에는 핏방울이 섞여 있어
붉은 빛이 도는 꽃, 공해에도 잘 견딘다는 그 꽃향기가
서서히 몸을 감쌀 때 꿰맨 자리가 아파 왔다, 그리고는
노래가 더 들려오기도 했는데, 잘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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