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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특집/광고를 통해서 본 환경인식과 그 문제점/홍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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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홍종필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광고를 통해서 본 환경인식과 그 문제점
18세기 후반 산업 혁명이 시작된 이래로 20세기에 들어 과학기술의 발달과 산업화로 인한 급속한 경제 성장은 인류에게 물질 문명의 많은 혜택과 더불어 풍요로운 소비 생활을 가져다 주었다. 기술의 발달과 사람들의 더 나은 삶으로의 요구로 인하여 각종 산업의 발달과 경제 성장은 더욱 가속화되고, 이에 따른 자원 고갈과 각종 생활 및 산업 폐기물 등의 발생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소비생활의 변화는 전체 지구 자원의 고갈과 환경 파괴의 위기를 초래하였으며 더 나아가 온 일류의 생존 마저 위협받는 중대한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회적 마케팅 패러다임으로서의 그린 마케팅
오늘날까지도 기업 경영의 성공 철학으로서 지배적 패러다임이었던 소비자 지향적 마케팅 (consumer marketing)은 제품 소비를 통해 소비자의 수요와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키고자 하는 경영 활동을 바탕으로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는 긍정적 기능을 하기도 했지만, 반대 급부로 대량 생산, 대량 판매, 대량 소비로 인한 오늘날의 자원의 낭비, 자연 파괴, 환경 공해 등과 같은 문제를 야기해왔다.
이런 소비 지상주의 마케팅 철학에 대한 비판으로서 사회적 마케팅 (social marketing) 개념이 대두하게 되었다. 사회적 마케팅 철학은 소비자 지향적 마케팅의 개념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 지향적 철학에 전체 사회의 복지라는 고차원적 개념을 추가함으로써 기업의 수익성 추구는 물론 소비자의 욕구충족,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의 복지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사회 이익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러한 사회적 시각은 자연히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를 주장하는 소비자 주권주의 (consumerism)의 등장으로 이어져, 이제는 기업이 더욱 능동적인 입장에서 공익 마케팅 (cause-related marketing)이나 환경 친화적 마케팅 (green marketing) 등과 같은 활동을 통해 전체 사회의 복지를 증진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구현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린 마케팅은 사회적 마케팅을 기업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행하려는 마케팅 전략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환경 보호주의적 차원의 그린 운동 (green movement)이 제창되고 친환경적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또한 환경보호 측면에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환경 친화적 경영의 필요성을 느끼고 기업의 책임과 함께 전략적 차원으로 능동 대처하게 되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그린 마케팅은 전략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목표를 성취할 수 있게 하는데, 첫째로 기업은 그린 마케팅을 통해 실제로 그린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로 그린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투자 기회의 확보와 경영 다각화의 이점을 얻을 수 있는데, 오염 방지 내지 폐기물 처리설비, 재활용품, 새로운 소재나 공법을 이용한 신개발품 등 새로운 투자 분야와 이들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와 위험분산효과 등의 이점은 예상외로 클 수 있다.
셋째로 기업은 그린 마케팅 활동을 통해 경쟁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그린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회사일수록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많은 회사들이 광고에서 그린, 생분해, 무공해, 초절전, 바이오 등 그린 함축성 용어를 즐겨 쓰고 있는 것이나 국제 환경 규격 인증 획득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현상으로 미루어 볼 때 그린 마케팅의 중요성을 감지할 수 있다.
넷째, 그린 마케팅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증진하고 법적 제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환경 문제가 국내외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기업이 그린 마케팅에 앞장서고 있음을 실제로 보여주고 이를 광고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기업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의 형성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또한 최근 각종 환경 관련 법규가 새로이 제정되어 공포되고 또한 기존의 법규가 강화되고 있음을 비추어 볼 때, 환경 친화적 경영 (green management) 정책은 곧 정부로부터 법적/행정적 제재를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섯째로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그린 마케팅은 필요하다. 기업이 그린 마케팅을 외면한다면 단기적인 경쟁력의 약화와 수익성의 하락 이외에도 장기적으로 기업 존속 그 자체마저도 위협받을 수 있게 된다. 실로 우리의 환경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계속해서 공급해 줄 수 없을 뿐더러, 꾸준히 발생하는 오염을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지속성 있는 경제 개발과 기업의 영속적 존립을 위해서는 기업의 그린 매니지먼트와 더불어 산업과 국가 차원에서 부단한 그린 정책의 실천을 필요로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그린 마케팅을 포함한 그린 경영 정책은 국가 경쟁력의 강화에도 긴요한 사항이다. 환경 문제의 해결을 통한 인간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은 비단 어느 한 국가만의 과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과제로 부각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그린 정책을 강화한다는 것은 국제 교역에서 무역 장벽을 극복함은 물론 해외 소비자들로부터 호의적인 반응과 유리한 국가 이미지의 형성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그린 마케팅은 목표로 하는 소비자 반응뿐만 아니라 사회 내의 구성 주체간의 상호의존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넓은 사회적 마케팅의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그린 마케팅의 개념은 기업의 영리 추구 차원에서 환경 보존 또는 재활용을 촉진한다는 협의의 분야로만 인식되어서는 안되고, 기업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정부 차원에서도 행해질 수 있다는 보다 확장적인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린 마케팅의 영역은 기업의 기본적인 영리 추구 차원으로부터 환경의 기본적 구조와 생활조건, 그리고 사회 문화적인 인간 생활 영역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1980,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이르면서 환경문제에 대해 더 이상 책임을 지지 않는 기업과 제품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시대적 절박감이 그린 마케팅의 수용과 도입을 재촉하게 되었다. 그 결과 사회에 쾌적한 삶의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단기적 욕구 충족만이 아닌 장기적 욕구 충족을 고려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기여하려는 환경주의적 경영방식이 증가하게 되었다. 그린 마케팅을 제일 처음 도입한 것은 유럽의 기업들로 그들은 새로운 형태의 일회용 기저귀를 비롯하여 환경 오염이 없는 세제와 건전지를 개발, 환경 오염을 최소화는 환경 친화적 제품 (green product)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그린 마케팅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추세는 1992년 6월 브라질 리오에서 열린 UN 환경과 개발에 관한 회의 (UNCED) 이후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린 마케팅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마케팅의 목적 달성을 위한 사회적 마케팅의 방법론으로서 개념화된 것일 뿐, 기업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의 차원까지 성공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기업들은 형식적으로는 환경 친화적 광고와 공익적인 행사를 주최하거나 후원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이고 친숙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효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동시에 환경 문제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의 욕구는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하나의 예로 그린워시상 (Greenwash Award)은 다국적기업 감시단체인 코퍼레이트 워치 (Corporate Watch)가 전혀 환경 친화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사가 마치 환경 파괴를 걱정하고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일하는 것인 양 광고 매체를 통해 대중들을 현혹시키는 기업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그린워시는 사전적 의미로 '위장하여 환경 친화적으로 보이게 하다' 라는 뜻이 담겨있는데, 기업들의 그린워시 활동은 1970년대 선진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후 대중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이런 위장전술은 점점 지능화되고 전략화되었는데, 특히 1992년 UN 환경과 개발에 관한 회의에 세계 유수의 대기업 회장 48명이 참석하면서부터 기업들의 그린워시 양상은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1996년 첫 번째 그린워시상 수상자는 세계적인 화학기업 ICI (Zeneca)가 수상했으며 세계적 석유회사인 Shell과 Ford 자동차 등도 환경 보존과 관련된 기업광고의 허위성 때문에 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린 마케팅의 특성을 요약하자면 첫째, 그린 마케팅이란 '기업이 소비자를 단순한 제품 구매자가 아닌 하나의 상호공동체로 인식하여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생태적 균형과 인간복지의 지향이라는 보다 높은 차원의 소비자 주의를 수행하고자 하는 마케팅 활동' 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특히 광고 측면에서의 그린 마케팅이란 인간과 환경을 지키고 보전한다는 새로운 가치 기준에 입각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그 기본으로, 바람직한 기업 이미지와 제품 판매 및 공익적 교육 효과를 제고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일반 소비자와 정부 및 공익기관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지향적 마케팅의 실천 전략으로 도입된 그린 마케팅은 그 실천 주체가 기업이긴 하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표에서 볼 때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물론 정부도 활동의 대상에 포함되며 이들 간의 역동적 관계가 성립된다. 또한 그린 마케팅이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유는 환경 친화적 경영 환경 하에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함과 동시에 소비자에게 환경 친화적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환경 정보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기업의 환경 정책이나 경영 이념 등을 널리 알림으로써 소비자의 환경 보존 요구를 충족시키고, 환경 친화적 기업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며,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호의적 기업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환경 친화적 광고 유형
국내 기업이나 기관의 그린 마케팅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환경 친화적 광고 유형을 분류해 보면 크게 기업 이미지 광고, 공익 광고, 그리고 제품 광고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기업 이미지 광고는 때로 기업 광고 (institutional advertising), 비제품 광고(non-product advertising), 비상업적 광고 (non-commercial advertising), 간접 행동 광고 (indirect action advertising)라고도 지칭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광고가 기업의 특정 제품의 판매나 촉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친화적 광고 메시지를 통해 긍정적이고 친숙한 기업 이미지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환경 문제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면서 친환경적 메시지의 전파를 통해 대중들에게 바람직한 인식, 태도,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이런 광고/홍보 활동을 통한 건전한 기업 이미지의 구축을 통해 기업의 영업 확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가 1984년부터 방송 및 인쇄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펼쳐온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대표적인 환경 관련 기업 이미지 광고라고 할 수 있다. 18년 동안 유지되었던 광고 카피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이제 전 국민의 환경 사랑 슬로건으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로 유한킴벌리의 환경캠페인은 기업들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공공의 이익에 크게 기여한 동시에 유한킴벌리가 환경을 가꾸고 보전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단단하게 굳혔다는 점에서이다. 이 밖에 단편적이고 일회적인 캠페인으로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대니 서를 출연시킨 삼성의 공동브랜드 이미지 광고나 SK 텔레컴의 환경 캠페인 등을 꼽을 수 있으며,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문화재단, 농업기반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수자원공사와 같은 기관에서도 환경 친화적 메시지를 담은 이미지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두 번째로 공익 광고는 공공 단체나 비영리 단체 (non-profit organization)에서 공중을 대상으로 환경 문제의 계몽과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캠페인성 광고를 말한다. 여기서 광고의 주체는 주로 공익광고협의회나 방송국, 정부 기관 및 한국환경운동연합, 에너지절약 시민연대와 같은 각종 환경 관련 비영리단체가 포함된다. 최근의 환경 공익 광고로는 환경 위기의 시대의 물 절약에 관한 광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광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자동차 문화 개선 광고 등이 그 예가 된다. 기업이 공익 광고를 하는 경우는 환경 문제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만 기업의 영업성 확대 기회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기업 이미지 광고와 공익 광고의 경계는 불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제품 광고 (product advertising)의 형태인데 이는 상업 광고 (commercial advertising) 혹은 직접행동 광고 (direct action advertising)로도 일컬어진다. 이런 그린 광고에서는 환경 친화적인 제품의 속성이나 특장점을 부각시킴으로써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를 모색하고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려는 것이 주목적이 된다. 일반적으로 그린 광고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업종은 다양한데 예를 들면 제지, 기초재 및 공산품, 주택 건설, 화학, 화장품, 세제, 식품 및 의약품, 음료 및 기타 기호품, 그리고 의류제조 업체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그린 광고의 메시지는 제품의 제조, 사용, 폐기 시 다른 제품에 비해 환경에 적은 영향을 미치는 상품임을 강조하거나 환경 친화적인 상품임을 부각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질이 우수하고 인체에 유익함을 주장하고 강조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제품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했을 때 허위/과장된 광고에 현혹되어 구매를 하기 쉬우며 소비자의 피해는 더 많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린 제품 광고는 주로 기업 경영의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소비자와의 의사소통으로서 기업은 환경 친화적 광고 메시지를 통해 제품의 판매 혹은 기업 이미지의 개선이라는 전략화된 목표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는 반면, 소비자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린 광고를 보고 듣게 되는 불균형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갖게 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특정 제품과 관련하여 제품의 환경 친화적 속성을 강조하는 광고의 경우 일반 광고와 달리 소비자가 그 효능 및 혜택을 직접적으로 느끼거나 확인하기가 어려우므로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소비자가 입는 피해는 일반 광고 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즉, 일반 제품의 광고는 소비자가 그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광고에서 제시하는 제품의 효용을 느끼거나 확인할 수 있는데 비해, 그린 제품 광고에서 제시하는 환경적 효용은 오존층 보호 또는 수질 오염감소 등과 같이 소비자가 직접 느끼거나 받게 되는 효용이 아니고 소비자가 그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환경을 유익하게 하는 효능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 효능을 느끼거나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그린 광고에서 제시된 제품의 환경적 효능은 환경적 주장과 상대성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과학적 불확실성을 지니기 때문에 소비자를 혼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천 기저귀는 1회용 기저귀 보다 쓰레기를 덜 발생시키지만 사용하는 동안 더 많은 전기와 물을 소비한다. 따라서 어느 제품이 환경에 보다 유익한지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환경 친화적 광고 사례를 통해 본 문제점
환경 친화적 광고에서 나타나는 환경 관련 표현은 천연원료 사용, 광범위한 환경 표현, 무독성/무균/무해 주장 등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때묻지 않았다! 백두대간 맥주, 하이트,' '나뚜루, 자연이라는 이름의 아이스크림,' '자연숙성 햇살담은 진간장,' '죽염치약의 고향은 자연입니다,' '사계절 풀만 먹여 방목한 소로 만든 투루맘,' '이제 자연의 순수로 돌아가자, 자연순수 내츄럴상황골드,' 등과 같은 표현 문구로서 그린 광고의 브랜드들은 경쟁사 제품과의 차별성을 꾀하고자 한다.
환경 친화적 광고가 강조하는 환경적 효용은 '신체의 유익성' 내지 '광범위한 환경적 효능'에 치우쳐 있으며 식품 및 음료광고를 보면 대부분 천연 원료의 사용을 내세움으로써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많다. 이들 광고 중 천연 원료의 사용이 소비자 몸에 유익하다는 내용이 많지만 마치 특정 병이나 질환에 효능이 있는 의약품인 것처럼 과장되게 표현된 경우와, 제조환경에 대해 기준 없이 임의로 청정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흔한 경우이다. 흙 또는 옥 등을 사용한 침구광고의 경우는 황토나 옥이라는 천연원료를 사용한 침구가 그 원료의 효능조차도 입증되지 않은 채 '원료=효능'이라는 명확하지 않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한 주택건설 업체에서는 환경친화의 개념을 도입하여 최근에 들어서는 환경 친화의 주장이 주거 상품 광고의 필수 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환경 친화적 건설 기술의 개발은 물론 환경 친화의 보편적 개념조차 정립되지 못한 현실에서 환경 친화를 표방한 주거 상품에 대한 의구심 및 불신은 날로 높아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주로 친환경 아파트 분양 광고에서는 전체적으로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산과 녹지가 많은 것처럼 과장된 이미지를 만들거나, '경복궁은 나의 정원,' '단지 앞마당은 한강, 뒤뜰은 불암산'과 같은 표현처럼 베란다를 열면 한강이 펼쳐지고 뒷마당은 산자락인 것처럼 자연 환경과의 인접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현장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또한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나 전체적으로는 주장하기 어려운 사실을 주장하는 경우로는 '청계산이 5미터,' '한강조망이 가능한 환경 프리미엄 아파트' 등처럼 일정 지점에서의 접근성을 전체 아파트의 모습인 것처럼 과대하게 부풀려 과장하는 광고들도 있다. 환경 친화적 광고의 측면에서 각 건설업체는 아파트 부지 주위의 환경적 여건을 과장되게 이용하여 사실과 다르게 광고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아파트 자체의 환경 성능을 높이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리라 여겨진다.
앞의 사례들에서처럼 사실을 바탕으로 한 공익 차원의 내용들을 제외한 환경 친화적 광고들을 보면, 환경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이용하여 환경 친화적인 상품, 환경 친화적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고자 하고 있으나 아직은 내용의 진실성이나 전문성, 그리고 표현의 다양성 등이 초보적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그린 광고에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문구와 이미지를 통해 환경 제품임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메시지의 과대 또는 기만적 내용과 관련된 소비자의 오인성 시비가 끊이지 않으며, 동시에 구체적인 문구가 가지는 확증 불가능의 위험성 때문에 그러한 비판을 면하기 위한 간접적이고 광범위한 표현들을 해야만 하는 한계는 그린 광고의 핵심적 내용을 효과적으로 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제조기업들이 그린 마케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의 부딪히게 되는 문제점을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그린 광고 메시지의 구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그린 광고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감을 얻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해당 그린 제품의 근본적 효능과 성과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일이 중요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그 효능 판단을 위한 시간의 장기성 때문에 실제로 그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즉 식물성 세제, 무연 휘발유, 무공해 식품, 그린 컴퓨터 등의 환경 친화성을 과학적으로 소비자에게 일일이 보여준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친환경성의 사실 여부도 장기적인 관찰이나 과학적 실험을 통해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설령 그것이 사실이나 과학적 근거에 토대를 둔 것이라도 메시지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환경 실적은 전혀 없이 단순히 광고에 친환경적 내용을 함축하고 있거나 그렇게 오인되기 쉬운 단어, 그림, 심벌 등을 사용한 광고는 참된 의미의 그린 마케팅 광고로 볼 수 없다.
실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FTC)에서는 무분별한 환경 친화 주장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허위 또는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표시 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린 광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은 제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입증된 친환경적 효능이 전혀 없다해도 그린 메시지를 한 두 개 끼워 넣는 방식의 광고 기법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둘째는 소비자 태도와 행동 상의 문제점이다. 소비자들의 그린 의식과 실제 환경 친화적 행동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은 자신을 그린 소비자로 인식하며 환경 광고에 대한 호감도도 76%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러한 인식과 태도가 곧 그린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거나 그린 행동의 척도로 간주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그린 제품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도 존재하며, 태도와 행동간의 이율배반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야생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을 대부분 가지고 있으면서도 1997년 모피 수입이 세계 1위라는 사실이 단편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셋째로 기업의 환경 경영 및 정부의 환경 정책상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그린 광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환경 경영과 그린 마케팅에 의해서 강력한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만 아직은 대부분 국내 기업들의 경영 전략이 환경 문제와 서로 통합되어 있지 못한 상태이다. 그 요인은 사회적 마케팅에 필요한 철학이나 비용, 조직의 문제와 더불어 환경 문제의 복잡성, 정부의 환경 정책의 부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좋은 광고는 소비자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매체 및 여러 기업을 운영하는데 경제적 도움을 줌으로써 사회의 윤활유가 되는 동시에 시대의 변화 흐름을 포착하고 이를 잘 반영하는 광고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적으로 환경의 위기 시대에 직면하여 대안적 생활 양식의 개발 및 유지될 수 있는 소비자 행동에 대한 기업, 정부 및 소비자의 역할은 더욱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며, 사회적 마케팅의 맥락에서 이를 위한 그린 광고의 역할 또한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앞으로의 세계는 환경의 중요성이 보다 증대될 것은 명확한 일이므로 기업은 환경 친화적인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환경 친화적 광고가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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