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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신작시/이승하/저, 비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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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승하
1960년 경북 김천 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등단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시집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등
시론집 {한국 현대시 비판} {한국 시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등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저, 비 외1편
비 내리는 날 이곳 병실은
일반 병실과는 아주 달라
철창 바깥 쏟아지는 빗줄기를
덤덤히 보는 환자는 아무도 없지
눈물 없이 울면서 보는
바깥 세상에도 내리는 저 빗줄기
내 가슴속에 지금 줄줄 흐르고 있네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 어디에선가
우산 쓰고 걷고 있거나
음악 들으며 내리는 비를 보고 있겠지만
나는 저, 비
미친 듯이 쏟아지는 소리를
아무 말 없이
입술 깨물며 홀로
감당해야 하네.
안과 밖
친구여 너는 왜
컴퓨터 대화방에서는 농담도 잘하면서
사람들 앞에서는 입 벌리지 못하는가
집의 화장실에서는 콧노래를 잘 부르면서
여행길에 나서면 왜 변비에 걸리고 마는가
좌석버스를 타면 마음이 편하고
지하철을 타면 불안하다고?
친구여 너는 벽
안에서는 웃고 벽
밖에서는 떤다
떠는 눈동자 떠는 손 떠는 심장
떨지 않으려 심호흡을 하고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지만
너는 떨고 있고
거의 언제나 우울하다
얼굴이 자주 붉어지고
근육경련이 일어나기도 하지
너는 언제나 안에 있고
세상은 전부 밖에 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것이냐
너의 안과 밖 그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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