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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신작시/이화은/오후 7시가 저무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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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화은
댓글 0건 조회 3,145회 작성일 02-06-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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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화은
경북 경산 출생. 1991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이 시대의 이별법』, 『나 없는 내 방에 전화를 건다』가 있음.


오후 7시가 저무는 곳으로


온 세상의 새떼가 저물고 있다
오후 일곱시 조암 바닷가
한꺼번에 날아 올라
오후 일곱시를 쪼아 물고 한꺼번에 또
어디론가 사라져 간다
이제 오후 일곱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가
새들이 없는 바닷가
하늘이 조금씩 얇아진다
오후 7시를 따라 서둘러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늑골처럼
뻘밭의 정치망이 정체를 드러낸다
물밑도 밝아져
눈 먼 고기 한 마리 걸려들지 않는다
실패한 음모는 실패한
인생의 늦가을 처럼 쓸쓸하다
오후 7시가 가버린 쪽으로
늙은 바다가 저문다
저무는 사람의 눈에
저무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사과를 훔치다


아이들을 몰고 가 우리 집 사과밭의 사과를 훔쳐먹다 엄마한테 들킨 날,그
날 밤 나는 밤새도록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훔쳐 먹어야 제 맛이 나던 조숙했던 내 입맛,그때 나는 몸으로 창세기를 썼다

시효가 지나버린 죄 하나가 아사히 처럼 얼굴을 붉히는 한여름밤,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아 쳐다보던 하늘을 별사탕 봉지처럼 구겨쥐고 나는 아직도 선뜻
내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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