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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기획/다시 생각해보는 친일문학 5편/맹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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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맹문재
댓글 0건 조회 2,490회 작성일 02-06-14 20:26

본문

기획
다시 생각해보는 친일문학 5편
맹문재


친일문학을 다시 생각해보는 취지는 특정한 작가를 매도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 중에는 목숨을 위협하는 외적 압력과 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어쩔 수 없이 붓을 든 이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아픔을 역사적인 아픔으로 이해하고 떳떳이 밝힘으로써 오늘의 역사에 귀감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지나간 과거를 들추는 것은 오늘의 문학에 혹은 오늘의 역사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기도 한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그렇게 과거의 역사에 함몰된 적도 없고 자기 반성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도 없으며, 그 역사가 이미 끝난 것이 아니라 엄연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싣는 자료들은 김규동·김병걸 편 {친일문학 작품선집}1·2(실천문학사,1986)에 수록되어 있는 것들이다.        ---리토피아





조선의 학도여
 이광수(李光洙)


그대는 벌써 지원하였는가,
-----특별지원병을-----
내일 지원하려는가
-----특별지원병을------

공부야 언제나 못하리
다른 일이야 이따가도 하지마는
전쟁은 당장이로세
만사는 승리를 얻은 다음말 일.
승패의 결정은 지금으로부터.
시각이 바쁜지라 학교도 쉬네.
한 사람도 아쉬운지라 그대도 부르시네.
1억이 모조리 전투배치에 서랍시는 오늘.

그대는 벌써 뜻이 정하였으리,
-----나가리이다, 나가 싸우리이다-----
-----싸워서 이기리이다------
-----미영(米英)을 격멸하고 돌아오리이다-----
조국의 흥망이 달린 이 결전.
민족의 운명이 결정되는 마루판.
단판일세, 다시 해볼 수 없는 끝판.
그대가 나가서 막을 마루판싸움.

아세아 10억-----
칠 같은 머리
흑보석 같은 눈
황금색 살빛.

자비와 인과 맑음과 마음과
충과 효와 정렬(貞烈)과
예의와 겸손과
근면과 화평과,

이러한 정신,
이러한 문화,
온유하고 순후한

10억의 운명이 달린 결전.
거룩한 우리 향토
아세아의 성역(聖域)을
짓밟아 더럽히던,
적을 쫓으라-----하옵신 결전.

이 싸움 이기고 나서
아세아 사람의 아세아로
천년의 태평이 있을 때
그 어떤 문화가 필 것인가.
아세아는 세계의 성전(聖殿)
세계의 낙원, 이상향
신앙과 윤리와 예술의 원천
그러한 아세아를 세우려고
맹수 독충을 몰아내는 성전(聖戰).
일본 남아의 끓는 파로
아세아의 해(海)와 육(陸)을
깨끗이 씻어내는 성전(聖戰).

이 성전의 용사로
부름받은 그대-----조선의 학도여
지원하였는가, 하였는가
-----특별지원병을------
그래, 무엇으로 주저하는가
부모 때문인가
충 없는 효 어디 서리,
나라 없이 부모 어디 있으리.

그래 처자를 돌아보는가
이 싸움 안 이기고 어디 있으리
부모길래, 처자길래, 가라, 그대여.
병역의 의무 없이도
가는 그대의 의기(義氣)-----
그러므로 나라에서
특별지원병이라 부르시도다.
의무의 유무(有無)를 논하리,
이 사정 저 형편 궁리하리,
제만사(除萬事) 제잡담(除雜談)하고
나서라 조선의 학도여

그대들의 나섬은
그대들의 충의(忠義) 가문의 영예,
삼천만 조선인의 생광(生光)이오 생로(生路),
일억 국민의 기쁨과 감사.

남아 한번 세상 나,
이런 호기(好機) 또 있던가,
일생일사(一生一死)는 저마다 다 있는 것,
위국충절은 그대만의 행운.

가라 조선의 6천 학도여,
삼천만 동향인(同鄕人)의 앞잡이 되라,
총후(銃後)의 국민의 큰 기탁(寄託)과
누이들의 만인침(滿人針)을 받아 띠고 가라.
      (<매일신보>,1943년 11월 4일)





  어린 날개
-廣岡少年空兵에게  
 모윤숙(毛允淑)


날아라 맑은 하늘 사이로
억센 가슴 힘껏 내밀어
산에 들에 네 날개 쫙 펼쳐라
꽃은 웃으리 잎은 춤추리

아름드리 희망에 팔을 벌리고
큰 뜻 큰 세움에 네 혼은 타올라
바다로 광야로 날으는 곳마다
승리의 태양이 너를 맞으리

고은 피 고은 뼈에
한번 삭여진 나라의 언약
아름다운 이김에 빛나리니
적의 숨을 끊을 때까지
사막이나 열대나
솟아솟아 날아가라

사나운 국경에도
험준한 산협에도
네가 날아가는 곳엔
꽃은 웃으리 잎은 춤추리라
({신세대},1943년 12월호)





松井伍長 頌歌
서정주(徐廷柱) 


아아 레이테만은 어데런가
언덕도
산도
뵈이지 않는
구름만이 둥둥둥 떠서 다니는
멪천 길의 바다런가

아아 레이테만은
여기서 멫만 리련가……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소리……
우리의 젊은 아우와 아들들이
그 속에서 잠자는 아득한 파도소리……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띄우고
{갔다가 오겠습니다}
웃으며 가드니
새와 같은 비행기가 날아서 가드니
아우야 너는 다시 돌아오진 않는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 사람
인씨(印氏)의 둘째아들 스물 한 살 먹은 사내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별공격대원
귀국대원

귀국대원의 푸른 영혼은
살아서 벌써 우리에게로 왔느니
우리 숨쉬는 이 나라의 하늘 위에
조용조용 돌아왔느니

우리의 동포들이 밤과 낮으로
정성껏 만들어 보낸 비행기 한 채에
그대, 몸을 실어 날았다간 내리는 곳
소리 있어 벌이는 고흔 꽃처럼
오히려 기쁜 몸짓하며 내리는 곳
쪼각쪼각 부서지는 산더미 같은 미국 군함!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당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져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항공 오장(伍長)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한결 더 짙푸른 우리의 하늘이여

아아 레이테만은 어데련가
멫천 길의 바다런가

귀 기울이면
여기서도, 역력히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소리-----
레이테만의 파도소리-----
  (<매일신보>,1944년 12월 9일)





감격과 긴장
김동인(金東仁) 



우리 문단인이 시국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내선일체(內鮮一體)로 국민의식을 높여가게 된 것은 만주사변 이후다. 만주사변은 '만주국'이 탄생하고 만주국 성립의 감정이 지나사변(支那事變)으로 부화되자 조선에선 '내선일체'의 부르짖음이 높이 울리고 내선일체의 대행진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다시 대동아전쟁이 발발되자 이제는 '내선일체'도 문제거리가 안 되었다. 지금은 다만 '일본신민(日本臣民)'일 따름이다.
한 천황폐하의 아래서 생사를 같이 하고 영고(榮枯)를 함께 할 한 백성일 뿐이다. '내지(內地'와  '조선'의 구별적 존재를 허락지 않는 한 민족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종족(種族)을 캐자면 다를지 모르나 일본인과 조선인은 지금은 합체(合體)된 단일민족이다.
나는 지금 구직운동(求職運動)을 한다. 40여 세에 이른 오늘날까지 단 40일간밖에는 봉급생활을 피해오던 내가 지금 진정으로 구직운동을 한다. 이것은 국민개로주의(國民皆勞主義)라는 뜻에서가 아니다. '보잘 것 없는 미약한 것이었지만' 나의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 들어 국가에 바치려는 진심에서다.
보잘 것 없는 초라한 것이나마 열과 성으로 국가에 바쳐 만분의 일이나마 국은(國恩)에 보답하려는 것이다.
국가가 명하는 일은 다 못하나마 국가가 '하지 말라'는 일은 양심적으로 피하련다. 국가가 '좋다'고 인정하는 일은 내 힘 자라는 데까지 하련다. 이미 자란 아이들은 할 수 없지만, 아직 어린 자식들에게는 '일본과 조선'의 별개 존재하는 것을 애당초부터 모르게 하련다.
대동아전쟁이야말로 인류 역사 재건의 성전(聖戰)인 동시에 나의 심정을 가장 엄숙하게 긴장되게 하였다.
           (<매일신보>,1942년 1월 23일)



문학자의 입장
-새 세대의 말
 조연현(趙演鉉) 


비상시가 되어서 문학자의 행동에 명료한 변화가 초래되었다. 그 변화는 항상 내성적이던 생활태도에서 행동적인 실천적 생활태도로 이동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외부적인 자극이나 유인에서보다도 오히려 작가의 자각적 행위에 속한다는 데에 한층 진실성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전선에 종군하기도 하고 총력운동에 가담하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대동화문학자대회' 같은 모임을 가지는 등의 일은 참으로 훌륭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되돌아볼 때 그것은 문학운동이라고 하는 것보다도 일종의 정치적 운동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학자가 일반국민에 솔선해서 전시 국민으로서의 전쟁임무를 수행하는 일이 보다 더 상찬해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문학자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임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문학자의 행동이나 실천은 작품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품만이 문학자라고 하는 특수한 인간의 특수한 실천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문학자가 국민이 아니라던가 국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학자가 무엇보다도 우선 국민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지금 새삼스레 거론할 것도 없다. 문학자는 특수한 인간이다라고 하는 것은, 문학자라고 하는 것이 특수한 사명을 가진 인간으로서 특수하다고 하는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문학자의, 문학자로서의 행동이라든가 실천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작품을 가지고 문제를 삼아야 한다. 문학은 다수 인간이 모인 회합에서 탄생되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개인의 사색이라든가 정신에서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개인의 창조물로서의 문학이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은 오르테가가 말한 개체는 전체에 통한다는 의미에서라기보다도 오히려 작가인 개인이 그 이전에 이미 '국민'이기 때문이다. 괴테의 작품이 위대한 독일 국민문학 작품으로 남겨진 것은 괴테가 무엇보다도 건전한 독일국민이기 때문이고 괴테가 문학자로서의 실천이라든가 행동이 남김없이 그 작품에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래 한참 논의되고 있는 '전통과 역사의 자각적 창조'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문학자의 실천을 말하는 것으로, 작품을 떠나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전통의, 역사의 자각적 창조라고 하는 것이 그 궁극에 있어서 새로운 국민생활과 새로운 국민이상의 발견과 지양에 의한 창조라고 본다면, 그것이 가장 구체적인 의미를 가지고 문제되어지는 것은 문학을 떠나서는 찾아질 수 없다는 점이다. 문학이 거대한 창조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소설을 창작이라고 말하고 문학정신은 창조정신이라고 말해온 우리들의 오랜 문학상식 속에도 있었던 일이다. 햄릿과 같은 성격이나 빌헬름 마이스터와 같은 생활태도가 괴테가 세익스피어 이전 있었다고 해도 우리들은 역시 햄릿과 같은 성격, 빌헬름 마이스터와 같은 생활태도를 세익스피어나 괴테의 창조물로서 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햄릿의 성격이나 빌헬름 마이스터의 생활태도가 구체적 의미를 가지고 우리들에게 문제되어진 것은 실로 괴테나 세익스피어의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새로운 국민생활이고 새로운 국민이상인 '아세아는 하나다' 하는 이념에 있어서도, 그것을 바르고 구체적인 의미를 가지고 받아들이는 것은 문학, 현금에 말하는 국민문학에 있어서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문학자는 회합이나 논의나 국민적 행사에 그치지 않고 어디까지나 문학자의 사명으로서 그것을 자기의 작품 속에 구현해야 한다. 오늘과 같은 치열한 전란의 시대에 있어서도 문학자는 그 작품에 의거해서만 자기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東洋之光},1943년 1월호,日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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