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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신작시 김유선 이사 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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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선
댓글 0건 조회 3,395회 작성일 02-06-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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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유선
198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별이라고 했니 운명이라고 했니』, 『놓친 마음 찾기』, 현재 장안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이사 1 외 1편


살던 아파트가 팔렸다
새 집을 사기 전 우리는
이 골목 저 골목 둥지를 찾는 저녁새였다
하루가 다르게 비상하는 아파트 값 그 하늘 밑  
어느 것도 내 것 아닌 그 며칠
무소유의 행복은 내 것이 아니었다
법적으로는 두 달 더 내 집은 내 집인데도
어느 집도 내 집이 아닌 뒤
번지 없는 골목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는
한 떼의 저녁새들
소유권 이전되지 않는
그 많던 욕망의 탑 아래
날개를 늘어트린 채
앉아 있는 식구들이 보인다.
  

  
  

      
우기(雨期)


장마는 길었다
장마가 끝나고도 여자의 빈집 속으로
긴 빗줄기가 숨어들어 갔다
물은 합치고 번져
숨어있던 눈물을 모두 끌어냈다
십 년 전 눈물까지 합류해
여자의 집 속에 홍수가 범람했다

보이지 않는 곳의 담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여자 속의 여자가 무너지고
여자 속의 아내가 무너지고
여자 속의 며느리가 무너지고
여자 속의 엄마가 무너지고
여자 속의 딸이 무너지고

경계가 무너지자 여자만 오두마니
빈집으로 남았다
여자는 연등처럼 빈집을 물위에 띄웠다
보낼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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