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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신작시/박형준/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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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형준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외 1편
방아깨비 발처럼 끄덕끄덕
산 너머 구름을 잡아뜯고 있는
어머니,
채석장 인부에게 재가한
외할머니 그리워
지금도 산 너머
돌 깨는 소리에
가슴에 금이 간다며
비가 올라나 비가 올라나
낮게 중얼거리며
깨금발로 마당에 서서
발목이 부은 어머니
하루하루 난쟁이가 되어가는
여자가
어머니라는 것을,
다 커서 등에 업고서 깨닫습니다
너무 말라서 내 등에서
산 너머로
방아깨비처럼 가볍디가볍게
날아가버릴 것 같은
나비
나비는 아득한 첫키스,
공기 저 너머에서 풍겨오는
비릿한 한숨,
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떨림만 남았네
공기의 막을 찢고
미세한 色彩들,
손바닥을 적실 때
팔랑팔랑
날개 밑
부력으로 날아갔다네
꽃가루 같은 비애의 밝음
날개 밑에 고여 있네
바람을 헤치며
나비가 지나간다네
목구멍 속
참을 수 없는 깃털의 속삭임,
핀에 고정시킬 수는 없네
1966년 전북 정읍출생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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