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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신작시 류석우 어둠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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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류석우
《미술시대》 주간. 시집 『4월의 묵시록』, 『겨울달빛 부랑의 뼈』, 『雪山行』, 『그대의 사랑』, 『그대 추운 시간을 채우는 노래 외 다수
어둠 속에서
짧은 불빛 속에
먼 네 모습.
그 등뒤의 다시 어둠.
한때의 사랑이 그러하네.
짧은 날을 빛나게 밝히다가
더 큰 어둠을 몰고 오네.
가도가도 더 깊은 어둠 속을
이리저리 떠도네.
어둠이 덮은 길 어딘가에
네게로 가는 길이 있을 듯하여……
흑맥주를 마시며
그대는 로맨틱한 영화를 보자고 했지만
나는 그냥 흑맥주나 마시자고 했다.
불행이 더 많은 이 시절에
허구의 웃음과 울음.
덧없는 낱말의 수수께끼 놀이.
사는 일이 그렇고
사랑이 그랬거늘
비록 영화지만
허망의 바다에 빠지기 싫었기에.
언제부턴가
믿지 못할 사랑을 앓고 난 후
나는 로맨틱한 영화를 보지 않았다.
이어지는 사랑은 불안하고
끝나는 사랑은 두려웠기 때문에.
얼마나 좋으나, 한 잔의 흑맥주
헛된 거품도 별로 없고
짧은 쓰디씀.
천천히 확실하게 젖어드는 취기.
허망하다면 허망할 한 잔의 흑맥주가
후회의 뒤끝 없이
제 길로 나를 보내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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