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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호/여성대표시/그때도 나는 외 1편/한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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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대표시
한영옥
그때도 나는
지난날 우글거리던 그 느낌들
어느 틈엔가 사라져갔다
흐느끼면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 많던 나, 없어진 것이다
흐느낌의 여운 쓰다듬으며
저녁하늘빛으로 눈매 고친다
벼랑 담쟁이 넝쿨 헤쳐서
그악스런 뿌리를 떼어 본다
삶의 의지는 무조건이려니
솟구친 새잎까지 눈을 높인다
무조건이라는 각성, 뜨끔뜨끔
뜨겁게 떠오르는 저녁,
이 저녁도 아주 저물겠지만
지금보다 느린 눈길이래도
그때도 새잎 따라 눈 높았으면
그땐 더 성글게 별 뜨겠지만
한 빛이라도 떠올라준다면
그때도 나는 살아 있는 것,
조금 나아질 수 있는 것.
규정
꼭 당신이어야 할 까닭 없이
지금 내게는 당신이지
나도 마침내 나일 필요 없었지만
이렇듯 내게는 나이듯
이제 당신을 잡아두지 않으면
당신은 흩어져버릴 거야
마음이 튀어올라 떠돌아다니다
질리며 떨어진 꽃잎 자리에서
애써 생각을 늘이고 있었지
떨어져 쌓인 이 마음 부스러기가
들러리 섰던 진짜 마음은 무엇일까
그러나 이제 더는 생각을 늘이지 못해
얇아진 생각은 끊어지고,
얇아지며 당신도 끊어질 테니까
그래서 꼭 당신일 까닭 없이 당신이지
꽃진 자리 쳐다보며 당신을 묶고 있어
떨면서 떨면서 꽁꽁 묶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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