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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지현아/상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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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62회 작성일 19-07-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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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작시/지현아/상투 외 1편


상투 외 1편


지현아



동물들은 대체로 수컷이 예쁘다고
남장을 하면
사랑 받을 수 있을까 사랑이 스테레오타입이라면
아름다운 글귀를 적어둔 종이를 갈퀴로
머리카락을 고정해 벼슬을 세워 본다면
관이 향기로운 높은 족속*으로
사랑은 있다? 없다?
남자와 남장은 다른 사람
만일 제가 한 남자를 죽였다면 둘을 죽인 셈*
경험은 언제부터 진부해지는 걸까
수컷처럼 예쁜 내가
지금 빈틈없는 건강체로* 집 앞까지 바래다 준 클리셰에게
사랑은 있다? 없다?
관념은 어디에서 그 생을 마치는 걸까
생과 삶의 불문율처럼
그릴 것은 너무 많은데 하얀 종이가 너무 작아서*


거울에 붙여 두었다


  *노천명.
  *실비아 플라스.
  *월트 휘트.먼
  *동요.





성산동



  간밤에 꾼 꿈이 잊힐 즈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자꾸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꼭 한 번 더 보고 싶은 얼굴이 있어선지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는 건지 담배를 피러 나간 친구가 행인을 피해 꼬리뼈 뒤로 감춘 손가락에서 연기가 꼬리처럼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두리번거리는 것도 잊고 잊은 꿈이 아니어도 미완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파란 플라스틱 테이블 위로 자꾸만 술을 쏟는다 깔깔깔 행주를 가져오는 이모가 목소리로만 웃고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취객들과 역할극이라도 하듯 사과를 주고받았다 꼭 한 번 더 만난다고 해서 이야기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미완의 갱신이 목적인지도 모르지 영원히 끝내지 않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밤 울고 있는 사람에게 고양이가 다가와 킁킁대는 건 이 연약한 생물을 이제 먹어도 되는 건지 살피는 맹수의 본능 때문이란 이야기가 쏟은 술이 묻은 소매를 킁킁댈 때 떠올랐다 삶은 풋콩을 씹으며 결국 고양이에게 먹힌 사람이 있는지 끝 모를 이야기 또 하나 보태고 소주가 막 넘치려는 술잔에 소매를 갖다 댄다 나고 자란 곳이 아니어도 고향 같은 데가 있나 보다 물기 자작한 테이블 위로 난 동그란 컵자국들에 연필을 끼워 큰 사건은 빨리 감기 자잘한 구간만 반복 재생하는 동네에서 간밤 꿈은 모두 잊은 듯 굴어 본다.





*지현아 2011년 《문학과창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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