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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호/여성대표시/그녀와 프로이트 요법 외 1편/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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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미
댓글 0건 조회 3,035회 작성일 02-06-14 16:52

본문

여성대표시
김상미
 대표시
그녀와 프로이트 요법


입술이 새빨간
그녀는
날마다 시달리는 환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사를 찾았다

프로이트 추종자인
그 의사는
모든 것에
성적(性的) 과잉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메타피직 운율로
계단을 오르고
마지막 계단에선
항상 중력을 느꼈지만

의사는 프로이트에 의한, 프로이트를 위한
처방책을
그녀의 자궁 깊이
들이부었다

날마다 그녀는 성욕에 시달리고
햇빛 속을 달리는
자전거 바퀴살만 보아도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어느 날
그녀는 진찰실 문을 밀고 들어가
삽시간에
의사를 덮쳐버렸다

정말 예민한
프로이트 요법이었다






신작시
히스-토리(His-tory)


참으로 먼 길 걸어왔지만
히스-토리, 그곳엔 내가 없다

남자인 그는 있지만
여자인 나는 없다

내 목에 걸린 초승달
아무리 만월 향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또 타도
언제나 그의 낮은 나의 밤보다
아름답고 당당했다

그토록 오랜 길,  걷고 또 걸어왔지만
히스-토리, 그 안엔 내가 없다
욕망으로 뒤덮인 분홍빛 엉덩이
그들의 펜으로 쓰여진 가책 없는
사랑이 있을 뿐

어디에도 내 삶의 역사는 없다
어휘 사전 같은 내 삶의 소설만이 있을 뿐

어디에도 나의 히스-토리는 없다
다른 남자, 또 다른 아빠를 피해
끝없이 달아나는 내가 있을 뿐

언제나 그의 음경 주위에서 멈추거나
녹아내려 소멸하는 내가 있을 뿐

히스-토리,
그곳엔 내가 없다
대장장이 남자들만이
오늘도 길고 긴,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쇠창살
두들기며 짜 맞추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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