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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호/여성대표시/비 외 1편/김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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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대표시
김정란
비 외 1편
어느 하늘을 돌아왔을까
내 쓸쓸함의 새 집 짓는 소리
살과 살 사이에서
하나도 아프지 않게
그 집 창가에 오래도록
머리 기대고 울지 않는, 우는 여자 하나
나 같기도 하고 언니 같기도 한
새....... 머무는 새.............
젖은 날개
언니 같기도 하고
나 같기도 하고
새벽이 올 때까지
힘센 고요 속으로
고요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 멍들어 잠든 얻어맞은 말들이 있다
분노의 뿌리를 잘라낸 말들
거대한 수동성의 빛 안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을, 자신을 거쳐, 무수한 타자들을
통시와 공시를
운명과 문명을
함께 들여다보는 말들
들여다보고 들여다보여지는 말들
나는 눈물이 복받쳐 그것들을 향해
온몸을 뻗는다, 아아, 몸밖에 없어 몸만 뻗는다
몇 년이나 더 살아야 할까
이 말들을 세상으로 데리고나와
썩은 자들의 썩은 대가리를
후려치는 망치로 삼으려면
그 대가리로부터 정녕 그들을 키워낸
저 참을성많은 엄마의 말들을 끄집어내
코앞에 들이대어 보여주려면
"봐, 네가 버린 엄마야!"
나는 고요속에서 반짝반짝 눈을 뜨고 있다
눈물은 이제 흘러내리지 않는다
그것은 분노의 힘으로 치솟는다
고요는 꿈틀거린다 폭발할지도 모른다
내 아픈 아가들, 자장자장, 때가 되면 깨워주마,
내 착한 아가들, 자장자장, 내 힘센 아가들, 자장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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