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제3호/여성대표시/貞女의 집 영산선원 외 1편/이진명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이진명
댓글 0건 조회 3,390회 작성일 02-06-14 17:01

본문

여성대표시
이진명
자선 대표시
貞女의 집 영산선원


바닷가 황폐한 마을
배 들어오고 나가는 일 없어져버린 옛 포구 마을에
정녀의 집 영산선원이 있습니다
포구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갯벌을 넓게 앞자락에 펼치고
둘레의 정적 속에서도 환하게 있습니다
우주일원상에 종신서원한 처녀들
늙거나 젊거나 한 둥근 처녀들을 기르고 있습니다
그 처녀들 끈적이는 갯벌을 끌어안고
검게 이운 바다숲을 끌어안고
뒤로 소슬한 영산 자락 의지해 기도생활합니다
한나절은 모두 뒤 산밭으로 나가 땀 흘리고
돌아오면
우주일원상만큼 둥글고 커단 연못가에 겹겹 꽃을 가꿉니다
둥근 처녀들이 모두 산밭으로 일 나간 사이의
빈 영산선원은 저 홀로 크게 놓인 거울만 같습니다
앞에 와 제 모습 비쳐볼 이라곤 전혀 없는 외딴 장소에
하늘만한 거울이 걸려 있는 격이랄까요
그 거울의 고요 헤치며 뜻밖의 손님이 찾아듭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어린 게 한 마리 찾아듭니다
하얀 앞마당에 와 먼저 엎드리고
못난 걸음으로 한바퀴 모래 마당을 돌고 놉니다
빈 영산선원이 이때처럼 차오르며 거울인 제 얼굴을 다 열어
시간의 황금빛 두 팔을 펼쳐드는 것 본 적 없습니다
펄떡이는 억겁 고요의 비늘 거느리는 것 본 적 없습니다
바닷가 황폐한 마을 영산선원에는
뱃길 끊어져 먼바다 넘어오는 큰 배 그리운
어린 게와
우주일원상을 돛처럼 올린 둥근 처녀들이
연년이 같은 조수를 타고 오르내립니다

   



               
신작시
1278먼지    


                                                                
(일본의 사가와아키씨로부터 우편물이 왔다
사가와아키씨는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이젠 제법 됐다
처음 얼마 동안은
안녕하세요? 이 선생님!
이런 몇 마디 한글 단문을 넣어 보내곤 했다
그때마다 한글체 바르고 어여뻐 감동받으면서도
쳇! 한국인이 아니니까!
그럴지라도
ㅏ ㅔ ㅛ, ㄴ ㅁ ㅅ ㅇ
한글 자모의 아름다움 낯설었던 건 사실
처음으로 겉봉에 우리집 주소를 한글로 써 보냈다
한국어 이젠 마스터해 자신이 생겼다는 뜻
그런데 1278먼지
다시 봐도 야릇한
1278먼지
아하, ㅁ과 ㅂ의 혼동. 그럴 만하지. 아하하하
일순 재미있다가 유쾌했다가 웃음이 걷히며
의미, 심장, 해지는 거였다)

우리집은 1278먼지에 있다
나는 1278먼지에 산다

우리집은 1278번째 먼지집
나는 1278번째 먼지

우리집은 먼지가 1278개
나는 먼지가 1278개

사가와아키씨의 먼지와
전달해준 우체부의 먼지는 번지였겠지만

맞아요. 내 번지는 먼지예요
우리집 번지는 먼지예요

맞아요. 우리집과 나를 털면
먼지가, 먼지가 풀풀 1278

(사가와아끼씨의 먼지와
우체부의 먼지에 내가 이리 들떠버린 건
바로 그런 진한 먼지의 내 본성 때문
의미, 심장, 차가워져 있던 나는 슬몃 웃음이 돌며
유쾌해지며 재밌어지며 날아가 날아서 가
먼지의 길로  
허공의 번지로)

추천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