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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호/신작시/강경호/12시에서 0시 사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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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강경호
12시에서 0시 사이 외 1편
귀신같은 시간이었다
도깨비가 제 몸에 불을 지르고
귀신들이 젯상으로 몰려 왔었다
신령한 것들이면 제 몸을 드러내는
그 이상한 시간에
괘종시계가 열둘을 호명하고
사람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유년에 한 날과 한 날이
어떻게 구획되고, 연결되는지
비밀이었고 수수께끼였다
그런 유년에 뜬 눈으로 자정을 넘긴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도깨비이다, 귀신이다
아니다
밤이면 휘황한 등불,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도깨비가 되었다
귀신이 되었다
신령하고 비밀한 것들이 사라진 자리
12시에서 0시 사이
세상에는 도깨비도 귀신도 사라지고
사람들만 남았다.
사리를 위하여
내 몸에서 사리가 나왔다
창자를 끊는 아픔 끝에
돌이 나왔지만
초음파를 통해
아직도 몸안에 남은 돌들을 보았다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먹어치운
왕성한 식욕 끝에
몸안에 돌을 키워 온 내가 화장 됐을 때,
사람들은 내 일생을 증거할 것이다
몸에서 나온 돌을 바라보다가
그 딱딱한 것이
돌이 되기도 하고, 사리가 되기도 하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몸안에 남은 돌이
사리가 될 것을 믿기로 하였다
아니, 온 몸이 돌이 되기로 작정하였다.
강경호
1997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 {알타미라 동굴에 벽화를 그리는 사람} 외
현재, 계간 《시와사람》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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