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제3호/신작시/고형렬/뿌리 밑에서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신작시
고형렬
뿌리 밑에서 외 1편
뿌리 밑에서 산다
실뿌리 혹은 노거수의 뿌리 사이
휑한 지상의 거목 가지 사이
먹이를 찾아 사방을 날아다니는
이름 없는 존재처럼
햇살을 때리며 아침 속을 날아갔다가
수시로 돌아오는
아무것도 아닌, 흙과 돌과 물의
뿌리 밑에서 산다
끝이 궁금해 올라갔다 오지만
베란다 창문을 열고
청산 녹음의 비와 펄펄 날리는
상월의 눈도
뿌리 사이에선 티눈 걱정을 만들고
가끔 창 밖을 내다보며
뒤집어진 땅 속에서 삶을 안다
공하고 궁하다
내 안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수많은 내가 있는 줄 알았다
물결만 철썩인다……
여름이 가고, 아무도 없는 해변 가을 물소리
철썩, 철썩
삼척으로 청진으로 물결 소리만
가득하다
어느덧 바다엔 눈이 날린다
나는 앙굴라마아라였는지 모른다
54년 해남 출생. 79년 "현대문학"에 '장자' 등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 "대청봉 수박밭" "성에꽃 눈부처" 장시 "리틀 보이" 산문 "은빛 물고기" 등을 간행했다. 현재 시인들이 함께 만드는 계간 "시평"을 만들고 있다.
추천24
- 이전글제3호/신작시/심재휘/뱅뱅 사거리 외 1편 02.06.14
- 다음글제3호/신작시/강경호/12시에서 0시 사이 외 1편 02.06.1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