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제2호/신작시/정복여/오후 3시와 나리꽃 외1편
페이지 정보

본문
신작시
정복여
오후 3시와 나리꽃
태양은 미끌 다시
어제 그 마루에 흥건하고
느릿한 노래는 라디오를 나와
딱히 할 일도 없는 탁자로 전화기로
그래도 되지 되고 말고,
어슬렁 어디서 오는지
커다랗고 둥근 나른함이
슬그머니 옆에 앉더니
손등을 살살 핥기 시작한다
보드라운 살을 부비며
다정다감도 주겠다고,
온통 젖가슴 같은
이 말랑말랑한 방으로
곧 모든 세월이 녹고 말 거야
이래도 되나 되는 건가
시간의 배낭 속으로 달콤한
권태가 살금살금 들어가네
너도 같이 갈래?
등 붉은 개미야
가도 가도 가야 할
깨알같은 개미의 잔등을
천길 오후 그 아득한 숨으로
가만가만 쓰다듬어, 밀어넣어,
이상한 과일
건드리지 마라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커지는
저것은 소문이라는 과일이다
사람들이라는 가지에서
말을 달려나가
다시 사람들이라는 들판에 닿아
무성 시큼하고 둥실 씁스름하게
튼실 부푸는 권투글러브,
(그럼 스파링 파트너는?)
그 속엔 칼날도 들어 있어
부욱 숲을 찢고
기어이 한 나무를 베어내기도,
그 속엔 아무도 본 적 없는
어떤 씨앗도 들어 있어
오랜 뒤에도 불끈
낯선 주먹을 불러내기도,
추천26
- 이전글제2호/신작시/여종하/유里 너머 외1편 02.06.14
- 다음글제2호/신작시/이대흠/무거운 어머니 02.06.1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