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제2호/권두언/‘연대감정’의 문학을 위하여/이가림
페이지 정보

본문
권두언>
‘연대감정’의 문학을 위하여
이가림(시인·인하대 문과대 학장)
인간이 낮은 차원의 단계로부터 지극히 높은 차원의 이성적 존재로 성장하게 된 것은 기호의 발달, 세련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인 언어를 사용하여 사고할 줄 알고, 서로의 의사를 대화로써 교환할 줄 아는 공동체로서의 집단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목격하게 되는 후기 산업사회의 눈부신 문명사회가 보여주는 차가운 단절과 소외, 대량 생산되는 물건과 욕망의 악순환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고속화 시대의 관리체계는 진정한 뜻에 있어서의 ‘대화’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대화’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울 정도의 냉소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세계가 전개되어 있을 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단지 경제적인 이득의 문제로 좁혀져 버렸으며, ‘나’와‘너’의 거리는 산업적 유통과정의 통로를 통해서만 겨우 맺어져 있는 정도이다.
이처럼 황량한 상황 속에서 인간은 서로를 비인격화하고 물건화하는 사태를 빚어내며, 인격과 인격의 만남 대신에 서로 물건을 소유하려는 비극적 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 공동체로서의 사회는 부서지고 다만 기계적 조직체로서의 냉혈적 사회가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연대의 고리로 이어져 있는 ‘우리’라는 관계가 허물어져 버리는 것이다.
인간을 물건화하고 상품화하는 현대사회의 체제 속에서 모든 것은 교환가치에 의해 그 의미가 규정된다. 오히려 순수한 창조적 행위로서의 일에 봉사하는 사람은 자칫하면 ‘문제적 개인’으로 이 사회 안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무가치한 시대착오적 환상주의자로 취급되기 쉽다. 그러나 이와 같이 세계를 한낱 유용성의 교환가치에 따라 의미를 부여한다면 거기에는 생산성이 문제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함으로써 수탈과 탈취, 억압과 폭력이 지배하는 싸늘한 세계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현실이 중층적인 두께로 얽혀져 있는데, 문학이 단지 허공에 떠있는 언어의 쓸모없는 장난이나 나열만을 되풀이 한다면, 그것은 소비지향적 문화의 악순환에 스스로 끼어드는 일 밖에는 되지 못할 것이다. 문제의 소낙비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광장 한복판에 뛰어들어, 인간과 세계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빈틈’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 대결의 결과를 총알같은 언어로써 기호화하는데 문학적 상상력의 힘이 전적으로 바쳐져야 할 것이다. 따스한‘연대감정’(solidarité)의 문학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시급한 오늘 우리들의 과제가 아닐까..
추천18
- 이전글제2호/기획/텍스트 확장을 통한 古典文學 교육/권순긍 02.06.14
- 다음글제2호/기획/중학교 시교육의 문제점/이남호 02.06.1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