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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호/특집/사립학교법 개정 논쟁/신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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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사립학교법 개정 논쟁
신현직(계명대 교수)
1. 문제의 소재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국가백년대계란 말처럼 그 무엇보다 중요시되면서도 모든 국민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문제의 원인이자 모든 해결의 열쇠가 되는 문제다. 교육 영역 중 학교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데다 학교교육 중에서도 사립학교의 비중과 문제점이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따라서 사립학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아니하고는 교육문제가 풀리지 않고, 교육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우리 국가사회 현실의 문제도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작년 9월 전국 단위의 시민단체 38개가 연합하여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분부'를 결성하고 총력을 기울여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여 왔다. 금년 봄 들어 사학분규가 급증하고 상문고와 덕성여대 사태를 계기로 더 이상 사학의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국회 교육위원회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 의해 개정안이 제출되기에 이르렀다. 공개 토론회는 물론 대규모 집회와 정당에 대한 설득작업에 들어갔고, 언론들도 앞다투어 파행을 치닫고 있던 상문고 사태를 중심으로 사학문제에 대한 집중 조명과 함께 각종 토론회를 개최하여 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오랜 동안 분규를 겪어온 대학들 중에서 발전적으로 해결된 학교는 조선대, 상지대, 서원대 등의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학교들은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상문고와 덕성여대, 계명대 등과 같이 오랜 동안 파행과 분규가 계속되는 대학은 물론 금년 들어서도 아주대, 인하대, 성신여대, 서남대, 그리스도신학대, 경인여대, 광주여대, 서일대 등은 지금도 진행중이며, 과거의 동의대 등과 같이 잠복해 버린 경우들도 있다. 이미 수십개의 사학들의 비리가 폭로되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교원과 학생들만 계속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국가적 기준과 법적 틀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데 더욱 문제가 있다. 이는 교육관계법, 특히 사립학교법에 의해 제시되어야 하는 사항임에도 지금까지 법치행정이 아니라 교육부의 행정재량에 맡겨져 있어 많은 문제들을 야기하였고, 특히 과거 교육부와 사학재단의 유착관계가 각종 비리를 조장하여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더 이상 그러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치행정의 기준이 될 법률들의 부실과 모순 때문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기준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 또한 각종 민주개혁입법들과 마찬가지로 과거부터의 관행처럼 국회 교육위원회에 대한 사학재단들의 로비에 의해 저지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2. 경과
1) 시민단체들의 개정요구
앞서의 국민운동본부는 현행 사립학교법이 사학의 자주성이란 이름아래 재단의 권한만이 강조되고 그 구성원들의 참여는 봉쇄됨으로써 학교자치와 대학자치를 전면 부정하는 체제를 갖고 있음으로 인하여 사학의 공공성 확보가 불가능하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직접 국가감독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할 경우에는 사학의 자주성이 침해되므로, 내부구성원이나 국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교육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교원과 학생 및 학부모의 참여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과정에서 국공립학교에서는 과거와 같이 직접적인 국가의 교육지배를 벗어나기 시작하였으나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도리어 국가적 통제가 완화된 틈을 타서 재단의 전횡이 더욱 심화됨으로써 오래된 각종 비리와 분규들이 더욱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운동본부는 첫째 사립학교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 구성에서 과반수를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학부모, 시민, 교직원단체가 추천하는 공익이사로 충당하고, 교육당국과 공익단체가 추천하는 공영이사를 참여토록 하며, 이사 상호간에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이사 정수의 1/5를 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투명하고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위한 민주적 참여와 의견수렴장치의 제도화를 위하여 이사회 회의의 공개화 및 예결산 공개의 구체적 방안 마련, 사립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 교원 학생 및 학부모 단체의 법적기구화를 요구하고 있다. 셋째 부패방지와 국가 및 감독관청의 지도감독 강화방안의 제도화로서, 교원 임용의 공영 공개화, 사학비리 당사자에 대한 처벌강화 및 학교복귀금지, 임원승인취소요건 확대, 임시이사파견 요건의 확대 등을 들고 있다. 넷째 영리 및 재산증식 목적의 학교운영을 방지하기 위하여 부정부패로 인한 학교폐쇄시 법인재산의 국고귀속 명문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2) 법인연합회의 반발
한편 시민단체들의 개정 주장에 대하여 사학법인연합회 측에서는, 이는 사유재산권의 침해로서 사학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의 비리를 들어 사학전체를 압살하는 법개정이라고 하면서, 재산출연자의 권한행사는 기본적 인권의 행사이므로 피고용자인 교원 등 다른 주체들의 학교운영에의 참가란 있을 수 없고 인권침해라는 주장이다.
사학이 교육소비자로부터 상응하는 대가를 등록금 또는 수업료의 형태로 징수할 당연한 권리를 가진다고 하고, 정부보조금은 정부가 담당해야 할 몫을 사학이 대행하고 있기 때문에 받는 당연한 대가의 성격을 갖는다고 한다. 재단전입금에 대해서는 설립자에게 계속해서 기여금을 내라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하고, 교사 임면과 예산 집행에서 재단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라며 설립자 가족이 사학에 관여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장되는 법인의 존엄성이며 그로부터 파생되는 자기활동의 자유'라고 하고 있다. 아울러 지금 사학법개정 운동단체들은 사학법을 개악하여 재단의 구성과 운영의 사회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며, 피교육자인 학생과 교육서비스제공자인 교사와 사학재단과의 관계는 전적으로 내부문제이지 공익이사 등이 운위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사학은 공교육을 대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요청할 당연한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재정지원에서 국공립과 차별해서는 안될 근거가 도출된다고 하고 있다. 또한 교수회와 교무회의의 의결기구화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학교경영권을 모두 이관시키는 것이 되어 헌법이 보장하는 법인의 존엄성과 평등권 및 소유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3) 정당간의 입장차이와 국회 상황
한편 민주당에서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각종 설문조사와 국정조사 등을 통하여 사립학교의 실태를 파악하고 개정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에 의해 제동이 걸렸고 공청회 등을 거쳐 최근에야 당론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보수적인 입장에 서 있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경우에는 의원마다의 편차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재단의 주장에 더 비중을 두면서 여전히 설립자의 기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개정안을 보면, 감사 1인을 학운위 또는 교수회가 추천하는 공인회계사 도는 회계전문가로 하자는 것, 교원임면권을 학교장에게 되돌려주고 학사업무에 관한 이사회 관여를 배제함으로써 학교장과 이사회의 역할을 구분하고 학교현장의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것, 임원취임 승인취소요건 중 추상적이고 모호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확대함으로써 당사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시키고, 이사복귀시 경과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고 재적이사 2/3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하며, 임시이사 체제로부터 전환될 때에는 이사 1/3 이상을 학운위 또는 교수회가 추천토록 하며, 결산서 제출시 감사전원이 확인하고 날인한 감사증명서를 제출토록 하고, 사립학교의 장도 국공립과 같이 임기제를 도입하여 임기 4년에 연임 가능토록 하며, 교원인사위원회와 교원징계위원회에 이사와 당해 학교 교원 중에서 이사회, 학교장, 교사회 또는 교수회가 각각 추천하는 자로 함으로써 이사회의 참여를 제도화하고, 학교직원 임면권을 학교장에 부여하고 사무직원의 신분보장을 교원에 준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여야 소장파 개혁그룹 국회의원 20인이 이미 민주당보다 더 개혁적인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제출한 바 있다.
3. 국민의 교육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육법 원리
교육은 학습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학교를 위해 학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 헌법에서는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와 학문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고, 교육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무상의무교육제도와 교육자치제 및 교육제도법률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함으로써 교육법의 기본원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것은 학습자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전문적 자주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실현을 위해 교육자치와 대학자치가 이루어져야 함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교육자치란 단순히 지방교육의 행정적 자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자치까지 포함하는 것이며, 자치란 그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하여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그러한 교육자치, 학교자치 및 대학자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학교운영에서 기본적인 사항은 인사와 재정 및 학사운영이다. 이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의 확보를 위해 전문가인 교원들이 중심이 되어 수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교원을 다수로 구성하고 관련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의 학교의사결정기구의 확립은 무엇보다 교육실천의 기본요소가 되는 학교자치의 핵심이다. 초중등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가 그러한 취지에서 설치되어 있지만 사립학교의 경우 최근에야 겨우 도입되었으나 그나마도 자문기구로 되어 있고 구성 자체가 민주적인 대표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서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학의 경우에는 대학자치라는 이념이 무색할 정도로 초중등학교보다 못한 실정이다. 즉 교수회 등의 법제화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고등교육법은 핵심이 빠진 껍데기뿐인 법률이다. 학교운영 과정에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법제화가 무엇보다도 사학운영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높이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책이 된다. 그와 같은 헌법상의 교육에 관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하위입법이 바로 교육관계법이며, 거기에는 교육기본법을 비롯하여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이 기본 골격일 이루며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한 입법이 바로 사립학교법이다.
사립학교법 제1조에서는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사립학교는 설립 주체가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아닌 사인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국공립학교와는 달리 교육부나 교육청이 직접 관리할 수 없도록 자주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그럼에도 공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해 공공성을 앙양하여야 하므로 그에 관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립학교법의 입법 취지라 할 수 있다. 그러한 특수성에 기한 사립학교법도 공교육법제로서 교육관련법의 틀 속에서 사학의 특수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립학교법이 현재 무수히 발생하고 있는 각종 사학비리나 사학분규들을 해소하는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아래 그 법개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사립학교법에서의 핵심은 사학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있으며, 현재의 상황은 공공성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교원단체 및 학부모단체들의 주장에 대하여 법인연합회는 교사 학부모 등의 간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도리어 자주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재단의 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쟁점이 되는 것은 이사회 구성과 교원 임면권, 비리이사의 권한 제한,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와 교수회의 위상 등이다. 그러한 대립은 사학에 대한 기본적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즉 사학을 사유재산으로 보는가 아니면 공적기관으로 보는가의 차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4. 사립학교의 법적 성격 - 사학의 자주성과 사유재산권의 침해라는 주장과 관련하여
얼마전 동아일보 사설은 사학법인측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사학의 자율성과 법인의 고유권한을 부정하고 독지가의 사유재산권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하였다.
사학의 자주성이란 외부세력으로부터 지배나 간섭을 받음이 없이 학교운영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은 상위법인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의 보장범위 내에서이며, 내부통제를 배제하는 법인이사회나 학교장 개인의 독단적 운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이란, 학습자를 위한 최선의 교육은 교육의 전문가인 교원의 집단을 중심으로 학습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가운데서만 제대로 수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전문가 집단인 이사회가 일방적인 권한을 행사하여 교육활동 자체를 지배하게 될 때 교육은 본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과 학생이 중심이 되고 학부모와 주민이 참여하는 학교만이 성공적인 교육을 수행할 수 있음은 이미 선진국들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우리의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의 도입도 그러한 맥락이라 할 것이며, 그러한 점에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에 국공사립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법인측의 주장은 사학의 자주성을 법인의 자주성으로만 오해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법인의 자주성은 재산권 보장의 차원에서 출연재산의 범위 내에서 인정되어야 하지만, 그 법인이 설치한 사학에서는 국민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학교자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과 같이 이사회의 구성을 폐쇄적으로 하는 한 법인은 출연재산의 유지관리권만 가져야 할 것이며, 학교교육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자 한다면 교육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 및 학생의 참여를 보장하여야만 하고, 그것이 바로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사학비리를 예방하고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또한 법인측에서는 내세우는 설립자의 건학이념이란 것도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라는 대명제를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며, 민주적이고 투명한 학교운영체제를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정당한 건학이념의 구현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헌법 제10조의 존엄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지 법인에는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주식회사와 같은 영리목적의 사기업체의 경우에도 독과점규제와 공정거래를 위해 각종 법적 통제를 받으며, 국고지원을 받는 공익법인의 경우에는 국가로부터의 더욱 강한 공공성 감독을 받는 것이다. 국민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국가로부터 특별한 배려와 지원을 받으면서 국가를 대신하여 졸업자격까지 인정하는 사립학교는 더욱 강한 공공성을 가져야만 한다.
사립학교에 설립자란 말은 있어도 교주란 말은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잘못된 용어다. 그것은 이미 출연한 재산은 이미 출연한 자연인과는 별개의 독립된 법인격을 갖는 법인으로서 법적 지위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재단법인의 일종인 특수법인으로서의 학교법인은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교육기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상속세나 증여세를 면제해주고 법인수익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면제해 주며 국민의 세금으로 엄청난 운영비 지원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 없듯이 설립자라고 하더라도 비영리 재단법인에 소속된 공적 기관인 학교를 사적 소유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뿐만 아니라 사적 소유권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절대적일 수 없으며,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고 그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우리 헌법은 명문화하고 있다. 이윤추구를 위한 사기업인 사설학원의 경우에도 공익을 위해 법적 통제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하물며 공적 학력이 인정되는 공교육기관으로서의 사립학교는 말할 나위가 없다.
사회복지시설의 경우를 보더라도 법인이 아니면 사유재산과 혼동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부지원이 없으며, '설립자의 사사로운 소유와 단절되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운영비의 60%를 지원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재단법인의 비영리성을 설립자와 단절하기 위해 주무관청의 감독을 받도록 하고 허가조건이나 공익을 위배한 경우 설립허가의 취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공익법인의 경우에는 설립자의 친인척관련자는 이사 정수의 1/5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해산시 잔여재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토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훨씬 높은 공공성이 요구되는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친인척 비율을 1/3까지 허용하고 있고, 잔여재산은 정관이 지정하는 자에게 귀속토록 함으로써, 설립자 가족의 재단장악과 학교사유화 및 학교매매라는 비정상적인 관행이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사립중고등학교 운영비의 60% 정도를 지원해 온 정부와 세금을 낸 국민, 사립대학교와 사립초등학교의 90%이상과 사립중고등학교 운영비의 30%이상을 담당하여온 학생과 학부모는 완전히 배제한 채 토지와 건물만 제공하고 더 이상의 재단전입금이 거의 없는 대부분의 우리의 사학들이 배타적인 모든 학교운영의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교육의 관점을 떠나 재정상의 문제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설립자의 권리는 학교교육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학이념을 구현하고 출연된 자산을 유지관리하는 범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이며, 사기업체의 주인으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요컨대 사립학교는 설립자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라 이미 교육을 위해 출연된 독립된 공익재산이며, 이윤창출을 위한 사기업이 아니라 국가의 교육책임을 대신하는 공(교육)기관이다. 따라서 그 운영은 설립자 개인이 마음대로 해서는 안되며 교육 목적이라는 공공성을 위해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만이 국가의 교육책임을 대리하여 학생들의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원들의 교육권의 보장을 통한 교육목적 달성에 이바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사학비리와 분규에 대한 대책으로서의 법개정 문제
그런데 극소수의 비리사학을 빌미로 건전사학까지 싸잡아 규제하려는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하며, 비리가 있다면 형사법에 따라 처벌하면 되고 학교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학법인측과 동아일보의 주장이 있었다.
비리 사학이 10% 정도라고 보는 것은 수년간 학교가 파괴될 정도의 유명한 학교의 수치이며, 내부 구성원들이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제들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 감사에서 지적된 학교만 해도 수없이 많다. 뿐만 아니라 비리가 있어야만 그러한 제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선진 외국에서와 같은 질높은 교육을 학교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당연히 요청되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 수없이 야기되어온 사학분규들에 대하여 과연 정부나 법원이 효율적인 대처를 해왔는지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사학에서 교원과 학생, 학부모들까지 나서서 그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학교교육이 파행으로 가고 있음을 지적하였지만, 수년간의 물리적인 행동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학교가 파괴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고 덮여지는 것이 사학분규의 현실이다. 그것은 행정감독의 문제점과 한계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기준이 되는 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조차 교원의 권리나 학생의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없을 정도의 법이 현재의 교육법이며, 법원의 판결이 나더라도 법인이 이를 무시할 경우에 강제할 방도조차 없는 실정이다. 교육법이 아닌 형벌법규에 위배되어 실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재단이나 학교장은 실질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학교운영은 아예 기대할 수조차 없는 것이 대다수 학교들의 현실이다. 실형을 받고 쫓겨나도 몇 년뒤 또다시 복귀하여 분규가 재연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은 개별적이고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법률로 정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자치와 대학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내부적 통제장치를 법률이 보장해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지금의 법개정 요청의 핵심이다. 그와 같이 사학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법인의 권한 침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헌법과 교육법의 기본원리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대학운영에 관한 가장 중요한 기본원리는 '대학자치'다. 그리고 대학자치의 주체는 '교수회'임은 헌법교과서에도 예외없는 철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법에 '교수회'에 관한 규정조차 없다는 것은 우리 법현실이 어떠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초중등학교의 교사회와 학부모회의 법적기구화는 학교운영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당연하고 필요한 것임에도, 교수회를 비롯한 그러한 집단에 대한 법적 인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예 학교자치와 대학자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법률에 규정된다고 해서 그들이 집단화하여 교장이나 법인의 권한을 침해하는 집단행동을 할까봐 지레 겁먹고 견제하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그들을 믿지 못하고 경계부터 하면서 배제하려 든다면 어떻게 제대로된 교육과 학교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6. 몇 가지 오해들
현재 쟁점 중 하나인 교원임면권을 학교장에게 주는 것에 대하여, 법인연합회와 동아일보는 경영권 침해 또는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하면서, 사학을 설립하고 경영하는 권리 주체를 부정하는 것이고, 건학이념을 살릴 수 없으며, 누가 사학에 투자하려 하겠는가고 반문하고 있다. 심지어는 정 그렇게 하겠다면 투자한 돈을 돌려달라고까지 하고 있다. 또한 예결산심의권과 학칙제정권이 학교운영위원회로 넘어가면 법인은 무력화되고 모든 권한이 교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셈이라며, 사학법인의 입장을 들어 교원을 학교법인의 대학세력으로 조직화해 교육현장을 장악하려는 무서운 음모가 숨어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것은 학교를 사기업으로 오해하고 있는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문적 자주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학교는 영리목적의 사기업이 아니다.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교원들이 인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문가로서의 합의를 도출하고 학교장이 확인하는 수준으로 하는 것이, 교육에 비전문가인 이사회가 전문가인 교원들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이사장 또는 설립자 개인이 혼자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질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교원을 선발할 수 있고 인사비리의 소지도 없앨 수 있는 길임은 분명하다. 학교경영이란 교원의 수를 결정하거나 행정운영의 방식이나 체계 등의 문제이지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의 전문성을 평가하거나 교원의 교육활동에 직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학교에서 재단을 배제한 채 교직원과 학생 위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그것은 법인의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의 권한행사를 투명하게 하고 그 과정에 직접 전문가와 당사자들이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학교자치를 실현하자는 취지임을 오해한 듯하다.
또한 대학교수협의회가 대학의 구조조정 등의 개혁에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현재의 사학들이 대학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가의 차원에서 오랫동안 수없이 제기되어온 본질적인 문제다. 대학의 기본적인 구조조차 되어있지 않은 현실에서 새로운 어떠한 구조조정도 무의미한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6. 맺음말
올바른 교육과 학교의 실현을 위해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를 위한 제도로서의 교육자치와 대학자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학교에 대한 국가감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사학분규에서 보듯이 통제되지 않는 사학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학교 구성원들에 의한 내부적인 민주적 통제 밖에 없다. 그러한 내부통제의 틀을 마련하고 구성원들의 최대한의 참여를 보장하는 교육법제의 정비만이 사학비리와 분쟁을 최소화하면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한 인식의 전환이 학교교육을 살리기 위한 법제개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 참고 : 졸고, 사립대학의 자율성, 공공성 확보를 위한 국가감독, 한국공법학회, 공법연구 제28집 제4-2호, 2000.6. - (4월 학술대회발표) ;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의 법리, 대한교육법학회, 교육법학연구 제11호, 1999.12. - (11월 학술대회발표) ; 교육법제개혁과 학교의사결정기구의 문제, 한국공법학회, 공법연구 제25집 제3호, 1997.6. - (1996년 12월 학술대회발표) ; 교수자치기구의 형성과 법적 제문제, 법과사회이론연구회, 법과사회 제12호, 창작과비평사, 1995.12. ; 교육기본권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 1990. ; 사립학교의 법적지위, 계명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과학논총 제8집, 1990. ; 교육자치의 법리와 실천방안, 계명대 사회과학연구소, 사회과학논총 제6집, 1988.; 교수회자치 소고, 한국교육법학회편, 교육의 자치와 대학의 자치, 대학출판사, 1986.
서울법대졸, 동대학원 법학박사, 계명대 법학과 교수, 한국교육법학회 연구이사, 한국공법학회 상임이사, 대구경북 민주화 교수협의회장, 대구새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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