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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호/특집/새로운 학교 성교육 어떻게 가능한가/서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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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새로운 학교 성교육 어떻게 가능한가
서말례(또하나의문화 십대성문화연구회)
들어가는 글
작년 말의 정기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십대의 성교육이 (사)한국청소년순결운동본부에 의한 순결 위주의 성교육이 실시되었음이 밝혀져 현행 성교육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게 했다.1) 이러한 순결위주의 성교육이 전국 일선 학교에 파급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한 여성단체는 최근까지 청소년 성교육 전문가들의 심도깊은 논의과정을 거진 제대로 된 성교육이 공공교육기관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데 기인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한국여성단체협의회, 2000).
이러한 학교 성교육의 문제는 성교육에 대한 기초 철학 없이 사회여론에 떠밀려 사회문제가 되는 십대들의 성적인 문제행동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실시되었다는 데 문제의 가장 큰 요인이 있다. 이러한 인식을 지닌 사람들이 기대하는 성교육은 성적 무지에서 올수 있는 개인적인 피해를 막는 예방교육이거나 최소한의 성지식을 가르치는 것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장에서 교육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미약할 수밖에 없다.
성교육은 가정과 학교, 사회가 삼위일체가 되어 시행할 때 가장 바람직하나 현재 십대의 성교육은 공식적으로 학교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 성교육의 문제점은 바로 십대의 성교육의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현재 성교육의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통해 대안적인 성교육 개념, 방향에 대해 논의하겠다.
Ⅱ. 학교 성교육의 실태 및 문제점
90년대 중반부터 발생한 일련의 십대의 성관련 사건2)들이 연쇄적으로 보도되면서 아직은 어리고 무성적이라고 여겼던 십대들의 상상도 하지 못한 '탈선'에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어나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논의가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논의에서 나온 대비책으로 공통적으로 얘기된 것이 성교육을 실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교육 당국은 성교육 실시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교과서를 제작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성교육 실시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성과로 교육 내용 면에서 전과 달리 새로운 성교육 내용들이 제시되고 그 속에서 성평등의 가치와 새로운 성역할이나 성문화의 변화에 관한 비전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인 학교에서 성교육은 여전히 이런 성교육상의 발전의 성과와는 거리가 먼 형편에 있다는 것이 종종 확인되고 있다.
학교가 성교육을 담당한 이래로 성교육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늘 존재해왔다. 그것은 피교육자인 십대들뿐만 아니라 교사들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는 반응이다.3) 성교육 실시를 제도로 마련하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십대들은 성에 대한 지식을 친구(36.6%), 잡지·성인용 매체(27.2%), 대중매체(19.1%) 등을 통해 얻고 있고, 학교에서 교사에게 배운 것은 얼마 없다(4.7%)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십대들도 나오고 있다4) 이런 현상들은 학교 성교육이 무언가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예상하게 해준다. 즉 십대들이 성에 대한 지식을 학교에서 배울 것이라고 사회에서 기대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1. 학교장 재량에 맡겨진 성교육
현재 성교육은 초·중·고 과정의 정규 과목도 아니며 정규 수업시간도 배당받지 못하고 있다. 학교장 재량 시간을 이용해 연간 10시간 정도만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성교육 시간은 주로 학급회의 시간이나 교사가 결근할 경우에 시간 때우는 식으로 진행된다. 거기다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학교장의 인식이 부족한 경우에는 이 짧은 시간도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간을 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학교장이 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교육을 위해 요구되는 기본적 조건을 확보하는 일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은 왜 그런 거(성교육) 가르쳐 가지고 모르는 애들 순진한 애들한테까지 '방법'을 가르친다고 그래요. 괜히 그런 걸... '자극'을 줘서..애들은 아무 생각 없었는데, 성교육 자체를 괜히 가르쳐서 애들 '자극'받아서 더 '나쁜 짓'을 할 수 있으니까. 아예 그런 거는 안 했으면 하시는 뜻을 약간 비췄어요.
이 얘기는 한 현장 교사의 말을 빌린 것인데 성교육이 십대의 성문제를 막는 해결책이라는 대의에 의해서 학교 교육에 포함되긴 했지만 학교 관리자는 이러한 대의에 대한 공감 수준이 아주 낮음을 알 수 있다. 학교장 모두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성에 대한 오해나 고정관념이 많은 우리 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평균 연령이 50대이고 거의 성교육을 받은 경험도 없는 학교장들이 지니고 있는 성의식이 보수적인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특히 위와 같이 성교육을 하는 것은 애들을 '자극'해서 성적으로 '나쁜 짓'을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보수적으로 성을 사고하는 통념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성은 대개 성기나 성관계 그 자체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한국여성개발원 1994;장필화 1989) 그래서 결국 위와 같이 사람들은 성교육이 남녀간의 성관계 과정이나 성관계를 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교육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그런 것'을 안 배운 조상님들도 알아서 애 낳고 잘 살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성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의례 때가 되면 알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한번도 성교육을 받지 않고, 보수적인 성의식을 가지고 있는 학교장 재량에 맡겨진 성교육은 교사가 성교육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갖게 한다. 교육시간 확보의 어려움부터 교육내용과 방법에 대한 검열, 그리고 학교 내 다른 교사와의 대립 등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의 성에 대한 시각의 교정 없이는 장애가 되는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즉 성교육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성교육이 무엇인지, 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된 바가 없다는 것이 주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유은주, 2000).
2. 전문교육을 받은 전담교사가 없는 성교육
성교육은 정규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인 교육시간, 교육교재, 교육방법, 담당교사가 없다. 성교육은 일반 교과목 중 관련과목, 생물, 가정, 도덕, 윤리 등에서 지도하도록 방침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성교육이 의무사항이지만 강제조항은 아니기 때문에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일상적인 업무에 바쁜 상황에서 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는 교사들에게 성교육 실시 지침은 귀찮은 일이나 잡무에 지나지 않는다(유은주, 2000).
그래서 현재 의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지식이 있는 양호교사에게 교육을 떠맡기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가 되어 양호교사가 담당하거나 성교육 관련과목 교사, 그외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한 교사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이 교사들은 성교육을 위해 나름대로 자료를 찾고 시민단체의 교육에 참여해보지만 그러한 개인적 노력은 한계를 갖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교사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은 자료부족이라고 한다. 국내에는 인터넷에서 성교육 자료를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제공해 주는 기관이 없고 30여개 기관에서 성상담과 단편적인 정보제공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여성신문,2000.7.12). 따라서 교사들은 혼자 힘으로 연구하고 자료를 모아야 하는 실정이어서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성교육 과정을 만들어 줄 것을 원하고 있다. 이는 교사의 재량대로 교육내용을 정함으로써 교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3. 십대가 없는 성교육
십대의 성적인 행동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떠들썩해지면서 성교육은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계기로 인해 성교육이 공식적으로 시행되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성교육은 십대의 성적인 문제행동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서 자리매김되었다. 즉 성교육이 십대를 위해서 실시되고 있다기 보다는 탈선하는 십대를 염려하고 무성적이고 비주체적인, 말 잘 듣는 애들로 남아 있기를 원하는 성인의 관점이 중심이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성교육에 대한 지배적인 관점으로 인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성교육은 매우 형식적이고 불성실하게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십대들은 성교육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애들은 성교육에 관심 없어요. 맨날 똑같은 내용이에요. 지금 17년 동안 살아오면서 맏은 게 다 똑같아요. 그(해부학적인 성기, 생식기) 그림 그려져 가지고, 이건 이거니 저건 저거니 하는 거... 달라진 게 있다면 선생님이 바뀌고 설명하는 게 좀 다르다는 거고... 내용은 다 비슷비슷해요. 기대하는 거 없어요.
위의 한 여고생의 얘기는 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경험이 양적으로 증가한 것에 배해 그 질에 대한 세심한 점검이 없는 가운데 피교육자인 십대들의 마음은 성교육을 떠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현재 성교육이라는 단어 자체가 불러일으키는 편견은 성교육의 역사가 쌓일수록 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에서 성인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내용도 잘 모르는 체로 성교육에 대한 좋지 않는 개념을 가지고 성교육을 곱지 않게 바라보고, 또 한편에서 십대들은 학교에서 받은 성교육 경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성교육에 대한 반감을 키워가고 있는 현상이 축적되는 것이다(유은주, 2000). 그 결과 십대들은 성교육이라는 교육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교사는 성교육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그와 연관된 얘기가 나올 때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하는 방식을 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 밖에서는 이미 성에 대한 담론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십대들은 이미 성에 관한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유통되는 대부분의 성담론들, 특히 십대와 관련한 것들은 성폭력이나 매매춘, 임신과 낙태를 둘러사고 전개되는 것들뿐이다. 십대들은 성을 문제와 탈선의 근원으로 설명하고, 쾌락을 타락으로 연결짓는 이야기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십대라고 해서 모두 동질적이지 않다. 성적 정체성의 차이, 성적 경험의 차이 등 성을 바라보는 데 여러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성교육 현실은 이러한 십대의 다양한 관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성교육은 보통 모범생이라 말하는 학생들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소위 탈선한 학생들의 성적 경험은 소외되고 출구를 찾고 싶어하는 학생에게 어떠한 해답도 줄 수 없는 실정이다.
4. 여학생에게 집중된 성교육
현재 성교육을 하는 교사의 대부분은 여교사이다. 여교사들은 자신이 성에 대해 무지해서 받았던 피해의 경험을 추적하면서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소극적 태도에서 비롯하여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남성중심적이고 성인중심적인 성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교육을 해왔다. 성교육이 여교사에 의해 고민되고 실천되면서 여성의 입장에서 새로운 성교육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나게 된다는 점에서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교사들이 피해자 입장에서 성교육의 시급함을 민감하게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 성교육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입장의 반영이 피교육자들인 십대들에게 성적 피해의식을 심어주어 십대 여성들에게 언제나 성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장해 이들의 행동반경을 좁히고 성에 대한 자연스런 감정이나 사고를 제한하는 영향을 준다(유은주, 2000).
이렇게 여성의 경험이 교육에 반영되는 것은 한편에서 새로운 인식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내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로써의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십대들 특히 십대 여성의 성적 행동을 억제하도록 권하는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결혼 밖에서 일어나는 성행동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노골적인 설명, 즉 '여자가 손해'라는 말이 유통된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방식은 여성의 혼전, 혹은 혼외성경험의 피해만을 강조할 뿐, 여성들이 가정이나 일터, 그리고 거리에서 당하는 억압적 경험에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즉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여성억압에 문제제기하지 못하는 것이다(Fine, 1988). 그리고 여성이 성경험을 함으로써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이나 인식의 변화를 설명하기보다는 남성중심적인 성문화 속에서 순결하지 않은 여성이 받게되는 '처벌'이나 '평가'만을 강조한다. 이 모든 과정이 여성에 의해 이루어짐으로써 사회에서 통용되는 여성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더욱 강화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Ⅲ. 대안적 논의
1. 포괄적인, 양성평등적인 성교육 개념 확립
십대의 성문제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성은 교육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범주였다. 성은 아주 사적이고, 은밀하게 잠자리에서나 하는 이야기쯤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정숙하지 못한 사람이나 하는 행동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십대들의 위험수위를 넘어선 성적 행동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성교육은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고, 거기다 구성애의 성교육이 인기를 얻으면서 성교육은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즉 우리 사회에서 성교육은 십대가 놓여 있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왜 성교육이 필요한지, 성이 십대의 정체성 형성에 있어 어떠한 의미인지에 대한 기본적 합의 없이 십대의 성적 탈선을 방지하려는 수단으로 실시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성교육에 대한 개념 정의는 해부학적인고 재생산적인 좁은 측면의 교육, sex education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 성교육은 인간의 전생애적 과정에서 드러나는 성적 태도, 느낌, 행동뿐만 아니라 성적 지식, 성적 발달, 재생산 보건, 성역할, 인간관계 등을 포괄하는 sexuality education이어야 한다(Trudell, 1993).
사실 십대의 경험은 다양하고 경험을 통한 성에 대한 인식의 폭 또한 넓다. 성에 대해 막연한 생각이나 로맨틱한 상상에 빠져 있는 경우, 지금 당장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혹은 성폭력 경험이 있는 경우, 포르노를 접해본 경우, 매매춘 경험이 있는 경우 등 십대들이 놓인 위치에 따라서 성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은 상이하며, 성교육에서 원하는 바도 동일하지 않다(십대성문화연구회, 1999). 그러나 기존의 성교육은 십대들의 상황이나 욕구와는 상관없이 생물학적인 성교육으로 일관해왔다. 성별에 따른 행동과 가치관이 빠르게 변하는 십대들의 감성과 사회적인 관계들을 성교육 내용에 미처 포함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 십대들은 성교육을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믿거나 아예 성교육 자체를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성교육은 십대에게 몸의 변화가 삶의 변화에 가져오는 의미를 인식하게 하고(Bell, 1985) 스스로 성에 대한 가치관을 세우고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다.
성은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므로(푸코, 1990) 몸의 변화가 삶에 가져오는 의미가 성별, 성정체성 등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성교육은 신체변화와 생리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신체변화와 생리현상을 설명하는 언어에 담겨진 남성중심적 편견과 여성을 차별하는 요소들을 강화시키는 교육내용에 관해 비판하는 것을 기반으로 성에 대한 새로운 설명과 인식의 지도를 그려내는 작업을 해내야할 것이다.
여성주의자들은 이러한 성의 사회문화적 구성성에 착안하여 성에 대한 성별화된 담론을 분석하고 성교육이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차??적인 인식, 성인과 아이에 대한 이분화된 사고,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적인 성, 바람직한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 십대를 성적 주체로 보기
한 사회에서 십대는 그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결과 십대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 그리고 이들이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다는 당위는 아무런 의십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십대는 성적인 자극에 접하게 되어 성적인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이들을 보호하는 정책까지 펴고 있고 십대들에게 성적인 행동은 곧 탈선, 타락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이렇게 성의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는 한편에서는 성을 그 자체로 아름답고 신성한 것이기 때문에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는 이중적인 설명 방식이 공존하고 있다. 이때의 성은 성인들의 특히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성적인 행동과 그 결과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즉 부부중심, 성인중심, 출산(재생산)과 관련된 성의 실행만이 온전하고 이상적인 성의 구현방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범위 밖에서 일어나는 성적 실행은 인간을 오염시키는 나쁜 것이 된다. 결국 성에는 본래적으로 인간을 문제 상황으로 몰고 갈 여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올바른 성교육을 통해서 성을 몰아내고 아름다운 성의 영역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방식에 따라 성은 십대의 발달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고하게 인정되는 현상이 구축되고 있다.
사춘기를 설명하는 방식만 보더라도 십대는 성적으로 불안정한 존재로 기술되고 있다. 즉 신체적 성적으로는 성숙하지만 정신적 성숙이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갈등과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시기라는 것이다. 여기서도 성적인 욕구가 잠재적으로 십대에게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을 깔고 있음을 읽어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을 자극할 여지가 있는 성정보로부터 이들을 보호해야한다는 논리가 생겨난다.
십대들의 성적 행동은 사회연구의 틀 속에서 교정이나 치료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는 가운데 성적 행동을 보이지 않는, 다시말해 성인의 가치 기준으로 문제의 범주에 이르지 않은 십대들의 존재는 규범적으로 설정되고, 이와 달리 성적인 것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십대들의 관심을 수용할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십대들이 성에 대해서 갖는 관심과 표현의 층위들이 다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 관련해서 십대들은 항상 '무지' 아니면 '방종'의 양극단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즉 성적인 것에 관심이 없는 '정상적인' 무리와 지나치게 활발하게 행동하는 '비정상적인' 집단으로 갈라놓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십대들이 다양한 성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성인들이 애써 이 사실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은 것은 이런 행동을 문제 있는 일부 아이들의 일로 축소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변화한 사실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것이다. 이제는 십대들의 경험을 그들의 삶에 위치시키고 그 경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고 성장하는 기반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조혜정, 1996, 1998; 엄기호 1998). 십대에게 존재하고 있는 경험을 없는 것으로 덮어 버리고 여전히 성인의 시선에서 이들을 재단하고 규정하는 일은 보호를 넘어서는 억압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십대들에게 성적인 경험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그들의 다른 생활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자신의 삶에 성을 어떻게 들여와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성교육은 십대와 성의 만남을 심각한 문제를 잠재하고 있는 것으로 재단하는 시각을 버리고 십대가 성적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 체계적인 성교육 제도 수립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 4월에 학교 성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발달단계별 교사용 성교육 자료를 개발,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에 보급했다. 이에 앞서 교육인적자원부는 각 학교별로 성교육 담당교사를 지정, 담당교사가 성교육 연간계획을 수립·추진하게 할 것과 연간 10시간 이상의 성교육 시수를 확보하도록 통보했다고 한다. 또한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연말에 무작위로 성교육 및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실태를 종합 점검하여 우수기관 및 우수교사에게는 교육부총리상을 수여하고 미흡한 기관에 대해서는 인사 및 행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한다(여성신문, 2001.4.6). 이는 위에서 제기했던 학교 성교육의 제도적 현실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여 보완하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적극적 의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제도와 별반 차이 없이 학교장이나 교사의 재량에 따라 좌지우지되어 십대들에게 성적 주체로 설 수 있는 일관된 교육을 실시하기에는 허술한 제도적 구조이다.
먼저 각 학교별로 성교육 담당교사를 지정하고 담당교사에게 연간 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성교육 시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는 하나 그 담당교사들이 전문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고 전문적인 성교육 커리큘럼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담당교사의 지정만으로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정규 수업시간으로 배당받지 못한 상황에서 위에서 언급했던 여러 학교 내의 문제들이 담당교사의 의지가 강하다고할지라도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러므로 성교육 시간을 정규 수업시간으로 배정하고 담당교사의 전문적인 성교육 연수를 실시해서 전문적인 성교육 교사로 양성하고 다양한 성교육 교육과정의 개발로 풍부한 자료를 가지고 교육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어야 할 것이다.
Ⅳ. 결론
학교에 성교육이라는 명칭의 교육이 공식적으로 도입되던 시기는 산업화 이후 생활문화가 풍족해지면서 식생활이 개선되고 영양공급이 좋아지면서 제2차 성징을 나타내는 연령이 빨라지면서 부터이다. 즉 신체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시기에 그 변황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문제 상황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것(서울특별시교육연구원, 1983;문교부 1983)을 우려해서이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성적 무지를 해소하고 십대들이 겪을 수 있는 방황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로 설정되었다.
그러나 현재 실시되고 있는 성교육이 십대의 방황(?)을 최소화하기는커녕 성인에 대한 십대의 불신만을 강화화고 있을 뿐 몸의 변화에 따른 정체성의 형성과 난무하는 성적 정보에 대한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시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한 심포지엄에 참가한 한 학생은 "어른 눈에 맞춘 성교육과 성역할을 강요하는 교육방식이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 학교 사이트 등을 활용하여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십대의 고민과 불만을 알고 생물학적인 성에 한정된 교육이 아닌 성의식을 바로 심어줄 수 있는 사회문화적 성교육을 주문했다.5) 현재 성교육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십대와 상호작용이 되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십대의 눈높이에 맞추기위한 정책입안자와 교사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성이 십대에게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몰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평생을 성적인 존재로 살아가면서 안고 가야할 삶의 요소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즉 성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이 성기중심적인 성관계를 하는 것이라고 경직되게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십대들이 경험할 수 있는 성표현의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우리교육, 1991 ; 이지연, 1994).
그리고 십대가 성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있어서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왜냐면 성에 대한 정보는 십대가 놓여 있는 다양한 공간에서 습득되기 때문에 가정과 사회에서함께 성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한번도 성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부모들이 많고 상품화된 성, 소외된 성으로 꽉찬 사회문화가 함께 변화되지 않는다면 학교에서 아무리 성교육이 잘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십대의 성교육만큼이나 성인의 성교육이 중요하고 잘못된 성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문교부(1983), 「성교육 지도자료-유치원·국민학교 교사용」
서울특별시 교육연구원(1983), 「성교육 자료-교사용」
십대성문화연구회(1999), 「변화하는 몸·변화하는 삶」
엄기호(1998), "포르노 문화를 통해 본 청소년 섹슈얼리티 연구", 석사학위논문, 연세대학교.
여성신문, "월경·몽정뿐 아니라 피임·동성애도 가르쳐야", 2000.7.12
--- " 초·중·고 나이에 맞는 성교육 한다" 2001.4.6
우리교육(1991), 성교육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9월.
유은주(2000), 교상의 교육 경험을 통해 본 학교 성교육에 관한 여성주의적 접근, 석사학위 논문, 이화여대.
이지연(1994), "십대의 성을 찾아서:'미성년자 관람 불가'의 성담론", 「섹스, 포르노, 에로티 시즘:쾌락의 악몽을 넘어서」, 서울:현실문화연구.
조선일보, 199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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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개발원(1994), 사춘기 자녀의 성,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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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dell, Bonnie Nelson(1993), Doing Sex Education:Gender Politics and Schooling, New York & London:Routledge.
성신여대대학원 여성학과 졸업
또하나의문화 또문대학 간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간사
<변화하는 몸, 변화하는 삶>저술 및 슬라이드 제작
현재 또하나의문화 십대성문화연구회 회원활동
1) 통일교 산하 세계평화청년연합 홍보부(http://family.tongil.or.kr)에 따르면 지난 98년 연초 '참부모님'의 지시에 의해 (사)한국청소년순결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지금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 중 2000여개 학교에 직접 (사)한국청소년순결운동본부 강사들이 들어가 순결강연을 하고 다짐선서 및 순결캔디를 먹는 순서를 진행하였으며 강연이 어려운 8,280개 학교에서는 운동본부로부터 강의안과 순결 캔디 및 순결 책갈피(은장도 책갈피)를 받아 자체적으로 교육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339개 학교는 교문에서 캠페인 형식으로 진행함으로써 1만 4백여 학교의 830만명에 달하는 청소년들이 순결운동에 참여하였다고 홍보하고 있다.
2) 여고생 등교길 출산(96), 여중생의 교실 출산(96), 중고생 포르노 비디오 제작유통(97), 영아 살해(98), 십대 매매춘, 흔히 원조교제라 불리우는 십대 성매매(98) 등의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보도되었다.
3)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가족과성상담소'(1996)의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79.9%와 교사의 98.1%가 학교 성교육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 부산성폭력상담소의 조사에 따르면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는 비율이 33.5%나 보고되고 있다(조선일보 1999.1.5일자). 가족과성상담소(1996)의 조사에서도 성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27.4%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수치는 학교 성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5) 이 심포지엄은 지난 17일 한국여성학회가 개최한 '성교육 그 쟁점과 실천'. 심포지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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