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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호/특집/역사교육의 효용성을 다시 생각하며/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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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역사교육의 효용성을 다시 생각하며
김현숙
오랜 시간 "역사"와 관련을 맺고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동양사라는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를 해오다 보니 역사연구의 근본문제라 할 수 있는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 과연 역사를 배우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생의 교사"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는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늘 갖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의 삶에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렇듯 역사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던 나에게 이번 학기 새롭게 맡게 된 "역사학입문"이라는 강좌는 역사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했다. 과연 역사를 전공하고자 하는 신입생들에게 역사란 무엇이고, 왜 배워야 하는지 또 역사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를 자문하면서, 다시 한 번 역사에 관하여 생각하고 공부하게 되었고 이렇게 해서 얻은 내 나름의 이해와 우리의 역사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이 글을 통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역사는 인간의 사회생활을 시간을 축으로 하여 인과관계의 법칙에 따라 전개되는 복합적이면서도 통합적인 과정을 설명하는 교과이다. 역사는 사람을 지적으로 만들고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지식의 창고이며, 역사교육은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자 할 때, 그가 태어나서 자라온 환경이나 삶의 과정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듯이 마찬가지로 자기 나라와 인류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인간이 무엇이고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또한 장차 접하게 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어떤 문제가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렇듯 우리의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학교 교육과정에서 역사는 갈수록 그 위치와 중요성이 축소되어 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 고등학교와 대학에서의 국사와 세계사교육을 위한 시간이 줄어들었으며, 특히 세계사교육은 고등학교에서 세계사가 선택과목이 되면서 그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역사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우려를 하고 있다. 역사교육의 약화는 오늘날 교육에 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함으로써 실용주의와 공리주의가 팽배해져, 실용적 가치가 즉시 드러나지 않는 순수학문 분야가 경시되는 풍조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역사는 인문교육의 토대이며, 민주시민사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꼭 필요한 교과이다. 역사교육이 가지는 일차적인 교육목표가 인간의 사고력의 증진과 비판력의 신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다면 역사교육은 결코 소흘히 다룰 수 없는 교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기능적인 결과만을 강조하는 현실로 인해 역사는 도구과목보다도 더 소흘하게 취급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역사교육의 유효성과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오늘날과 같이 세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과연 과거를 다루는 역사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또는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가, 배울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의문은 역사가 매우 유용하고 필요불가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역사를 배움으로써 얻어지는 효과가 다른 교과목으로부터 나오는 산출물에 비해 가시적이지 않고, 또한 바로 입증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에 대한 이러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가 바로 역사를 비롯한 인문교육의 축소와 도구과목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대학의 교양교육의 위축이다. 취업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과 관련된 교양과목을 대신해 외국어와 전산과목의 교양과정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물론 졸업생의 취업문제가 대학 생존의 관건이 되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러한 지식이나 기능은 대학이 아닌 다른 교육기관을 통해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지식이나 기능보다는 보다 더 넓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학 본래의 기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인간이 갖추어야할 기본 덕목과 사회 속에서 창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동시에 자기가 속해 있는 사회의 문제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데 힘써야 한다. 급속한 변화로 학교에서 배운 전문지식과 기술이 졸업 후에 얼마 동안이나 유용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신축성 있는 사고력과 탐구심 같은 폭넓은 지적 능력이 그 무엇보다도 더 요구됨을 생각할 때, 기능보다는 이러한 사고력이나 연구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 기초하여 역사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유용함을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역사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효용은 많이 있겠지만,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역사 공부는 훌륭한 시민의식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국가에서 역사를 학교 교육과정에서 핵심적 위치에 놓는다. 역사적 지식은 정치적 지식인의 선결조건이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즉, 한 국가나 사회의 지도자로서, 의식 있는 유권자로서 책임있는 공적인 행동을 위해 역사적 지식이 필요하다. 역사 없이는 한 사회의 핵심 가치관이 무엇이며, 과거의 어떤 결정이나 선택이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는지 등에 대해 알 수 없으며, 역사 없이는 사회가 안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또는 윤리적 이슈들에 대한 분별 있는 생각과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역사는 또한 국가가 어떻게 다른 사회와 상호 교류해 왔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책임있는 시민의식을 위해 필수적인 국제적 관점을 갖게 한다. 게다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삶에 영향을 주는 최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또는 나타날지를 이해하도록 그리고 이것에는 무엇이 연류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역사적 지식과 탐구 없이는,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국가가 지향하는 민주주의 이상을 실현하고, 통치의 민주적 과정에 효율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필수적인 현명하고 분별력있는 시민의식을 성취할 수 없다.
미국의 토마스 제퍼슨은 역사가 사람들로 하여금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 말에는 역사는 인간의 경험, 즉 개인이나 사회가 직면했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했는가 그리고 그들의 결정 또는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를 공부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더 깊이 인식하고 여러 대안을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문제가 과거의 그것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로부터 현재를 위한 또는 미래를 위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올바른 역사적 이해에 기초했을 때,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교육은 민주주의 사회의 초석인 훌륭한 시민을 길러내는데 꼭 필요한 교과인 것이다.
다음으로 역사는 또한 정체성을 제공하는데 도움을 주며, 이것이 모든 국가들이 어떤 형태로든 역사공부를 장려하는 이유의 하나인 것이다. 역사는 가족, 사회, 제도 및 국가가 어떻게 형성되고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발전되어 왔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하고 확인시켜준다. 역사공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자신이 인류 전체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셋째, 역사, 특히 세계사는 세계 및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과 다른 전통과 가치관을 가진 많은 사회와 사람들에 대해 공부함으로서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균형 잡히고 포괄적인 세계사 공부로부터 학생들은 세계의 많은 민족들과 그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인간성과 공통의 문제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사물이나 문제를 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공부하는 동안에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세계사에 대한 이해는 점점 다원화되고, 상호의존적이 되어 가는 오늘날 세계에서 요구되는 상호 인내, 존중, 그리고 세계시민의식을 기르는데 이바지할 수 있다.
넷째로, 역사가 취업이나 직업과의 관련성이 적다는 이유로 경시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역사가 줄 수 있는 직업적 효능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역사가 취업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소흘히 다루어지고 있지만, 좀더 깊이 있게 관찰해 본다면 직업인으로서 성장하는데 정말로 필요한 능력을 역사가 제공해 준다. 역사 연구는 사업가, 전문가, 정치지도자들을 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역사를 공부한 학생들은 과거의 다른 국면들과 과거의 다른 사회들을 공부함으로써 많은 업무 상황에서 요구되는 융통성을 갖게 되고, 다양한 측면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연구를 수행할 능력이나 문제와 관련된 정보의 출처를 찾아내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 및 다양한 해석들을 찾아내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기를 수 있다. 역사 공부를 통해, 또한 기본적인 글쓰기와 말하기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추세를 파악하고, 평가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으며, 이는 공적 및 사적 부문에서 요구되는 많은 분석적 업무와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다. 학생 자신이 눈으로 보고 겪은 체험 가운데에서 그리고 언론매체의 기사들에서 무엇이 새롭게 시작되는 현상이고 무엇이 정점에서 이제 사라지기 시작하는 현상인가 그 배후에 어떠한 사회적 변화가 놓여있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역사공부는 사회생활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흐름을 잡아내는 감각은 직장의 업무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 공부는 많은 부분에 있어 직업활동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역사 공부를 통해 역사적 사고력과 역사적 상상력이 함양됨으로써 사회의 여러 가지 현상을 시간을 축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이 사회생활에서 응용될 수 있는 실천적 지식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단지 역사가 줄 수 있는 유용함의 일부만을 제시한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역사는 제공한다.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런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도 한다. 이렇듯 역사교육이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중등학교나 대학에서 역사교과가 점차 교육과정의 핵심의 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다. 역사학자와 역사교육 관련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여러 가지 역사교육의 문제들 중에서 필자는 세계사교육의 위축에 한정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현대세계는 어떤 민족이나 국가도 독자적으로 고립되어 살아나갈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외국어와 함께 외국의 역사(세계사)는 세계화시대에 필수적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외국문화를 이해하지 않고 외국을 알 수 없으며, 외국을 알려면 그 나라의 역사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화 추세 속에서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전세계적 측면과 국제관계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할 때 세계사적 이해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에서는 전체라 할 수 없지만,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의 주에서는 3년에 걸쳐 세계사를 학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사교육에 대한 강조는 지구촌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며, 인류의 다양한 관점과 역사적 경험을 포괄함과 동시에 인류를 하나의 운명공동체로서 보고 공통적인 역사적 경험을 담아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필수이던 세계사가 선택과목이 되면서 세계사교육은 위기를 맞고 있다. 7차 교육과정에서 세계사는 통합교과로 개편되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필수과목이 아닌 심화선택과목이 됨으로써 세계사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 역사학자들이나 현장에서 역사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은 이러한 결정으로 세계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전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이러한 중등학교에서의 역사의 위축이 결국 대학에서의 사학과의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필자가 하고 있는 "동양의 역사와 문명" 강좌를 시작할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고등학교에서의 세계사 교육에 대해 질문하곤 한다. 이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세계사를 선택하지 않았으며, 비록 학교에서는 이수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으나 이 시간을 입시를 위해 다른 수업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역사교육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역사지식에는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우리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다른 나라들, 그리고 나아가서는 인류 전체의 역사에 관한 이해가 최소한도로는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자신의 뿌리가 무엇인지, 어떤 경험과 삶들이 모여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알기 위한 자국사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역사교육은 반드시 국사와 세계사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어느 하나가 무시될 때 올바른 역사교육이라 할 수 없다. 균형있는 역사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고등학교 현장에서의 세계사교육의 경시 태도는 제도적으로나 교육 현장에서의 실천면에서나 재고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세계사교육에서 제공하는 인류의 상호 교류의 역사적 선례를 통해 우리가 처한 개방과 교류의 상황을 비교하고 유추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함과 동시에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사는 전세계적인 상호교류의 역사적 관련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세계사교육이 제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역사해석 문제에 대한 감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즉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함에 있어 서로 다른 해석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감각을 넣어주는 것이다. 이렇듯 역사적 사건을 서술하는데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줌으로써, 합리적 사고 과정의 중요함과 서로 다른 입장과 요구들 사이에서 합리적 타협점을 찾는 법을 가르칠 수 있다. 끝으로 한 때 그랬듯이, 국사가 정권의 이데올로기 교육으로 전락할 위험에 대하여 하나의 견제책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21세기 우리의 역사교육은 정보화 사회 및 세계화, 개방화에 대응한 역사교육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역사교육은 정보화 사회에 대응하여, 정보의 선택과 분별을 위해 역사의 해석적 특성과 정보의 잠정성에 대한 감각과 비판적 안목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화에 따라 개방과 교류가 더욱 활발해짐에 따라, 새로운 차원의 국제이해와 안목을 필요로 한다. 인간은 오랜 옛날부터 문화권을 형성하면서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갈등과 충돌을 하면서 삶을 영위해왔다. 따라서 향후의 역사교육은 인류의 상호 교류의 역사적 맥락과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오늘날 우리는 세계 전체가 지구촌이라 불릴만큼 하나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세계화시대에 대응하여 역사교육은 특히 세계사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특히 중등학교에서 세계사가 선택과목이 되어 경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대학에서의 역사교육은 국사와 더불어 세계사교육에 더 각별한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생각해 볼 문제는 역사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많은 것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효용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역사를 단순히 암기과목 또는 재미없는 과목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역사가 위축되는 데에는 앞에서 지적했던 기능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현실이 큰 몫을 차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그 동안의 우리의 역사교육이 그 기능을 다해 왔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왜 우리의 학생들이 역사를 지루한 과목으로 인식하게 되었는가를 깊이 있게 반성해야 한다. 늘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이번 학기에는 좀더 재미있고 또한 의미있는 수업을 진행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핑계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방법들(강의와 영상자료 및 주제 발표 등)을 시도해 보지만, 우선 100여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앞에 놓고는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을 하기란 쉽지 않으며, 앞에서 언급했듯이 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데 보다 많은 시간을 투여하게 된다. 이점과 관련하여 역사교육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는데 있어서의 사실을 얼마나 포함하느냐와 그리고 사실에 대한 학습과 역사적 사고력 중 어느 것에 더 역점을 두어 교육할 것인가이다. 이미 역사교육의 목표로 역사적 사고력의 함양이 제시되고는 있으나 학교교육은 여전히 역사적 사실을 습득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제시된 역사가 주는 유용함을 최대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학생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역사적 구체적인 사실보다도 역사적 사고방식이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역사적 변화에 대한 감각을 갖게 되어야 한다. 즉 역사의 이해에 꼭 필요한 사실들을 암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역사적 흐름에 대한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역사적 사고력은 모든 사상(事象)은 변하고 시간을 축으로 그 변화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자신의 눈으로 역사를 재구성하는 능력, 그것을 논리적으로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 학생들이 스스로 끊임없이 왜 어떻게 라는 의문을 갖게 하고, 그 의문에 해답을 얻기 위한 자료와 정보는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입수할 수 있는지를 학생 스스로 찾아 나서도록 하는 것, 즉 사회적 현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점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된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함으로써, 역사는 죽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응용되는 실천적 지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역사학이란 학문은 인간의 사회적 삶 전체를 그 대상으로 삼는 가장 종합적이며 기초적인 학문이며 교과이다. 제대로만 가르쳐진다면, 역사는 학생들에게 편견을 탐지하고, 증거를 비교하고, 논지를 평가하게 하여 감각있고, 독자적인 판단을 하고, 파당적 무리들의 역사에 대한 겉치레적인 외침을 분별해 낼 수 있는 판단력과 분석력을 길러줄 수 있다. 역사는 선택의 모호함을 드러내고, 빠르고 손쉽게 내놓은 해결책들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가져다 주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보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역사는 또한 역설에 대한 이해,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필연적인 것과 우연적인 것을 구별해 낼 수 있는 눈을 갖게 한다.
이렇듯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는 역사교육이 성공적으로 수행이 되려면 우선 현재의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실감나고 생생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통해 누구나 역사에 흥미와 관심을 갖고 역사를 좋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 필요한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지루하게 사실만을 나열하는 역사가 아니라, 다양한 교수방법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역사수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역사를 자신과는 거리가 먼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는 시대의 증인이고 생활의 안내자"라고 했듯이,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의미있는 역사로 다가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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