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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호/신작시/여태천 그대는 오늘도 안녕한가 외 1편/여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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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태천
댓글 0건 조회 3,443회 작성일 02-06-14 11:37

본문

신작시
여태천
그대는 오늘도 안녕한가 외 1편


몇 명의 아이들이 어제처럼
제 몸보다 길어진 그림자를 밟으며 지나간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길어진 머리끝에서 어둠은 시작된다.
한 걸음 물러서서 저녁을 기다리는 그대의 집
아직도 캄캄한 창문은 내 그림의 배경이다.
11월의 거리에서 오들오들 떨며 안녕하시냐고,
그대의 안부를 묻는다.
그림 속의 그대도 그런가.
수직의 언덕길을 저녁의 햇살이 막 넘어설 때까지
헐거운 내 그림의 구도는 그대로다.
오후를 지나 무거워진 저녁의 나뭇잎들이
그림 속, 그대 등뒤로 맥없이 떨어진다.
붉은색이 푸른색보다 무거워 보인다고
처음 생각했던 것 같다.
 쫓기듯 낙엽의 무게를 빨갛게 그려 넣으며
이건 연습이야, 라고 변명해본다.
 그림자가 희미해진 길 위로 나뭇잎이 떨어지고  
점차 한쪽으로, 그대는 한쪽으로만 기울어질 것이다.
조금씩 기울어지는 그림 속으로
 시간이 벌써 반 넘게 옮겨지고 있다.
그대는 여전히 안녕한가.





지금, 서울에는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릴수록 우울하다는 그대가
비오는 날 택시를 타고 그대가
신림동으로 아니면 수유리로
시끄러운 종로를 지나 축축한 동대문을 비처럼
지나가고 있을 때
혹은 퀵 서비스 오토바이가 그대를 스쳐가고 있을 때
어느 누군가는 이 계절의 노래를,
간단히 어둠 속으로 사라질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비가 와서 우울한 날에 그대는
술에 취해 지금 택시를 타고 있는 그대는
서소문으로 아니면 쌍문동으로
가고 있는 그대는 느낄 것이다
어둠 속으로 문득 정지해버린 투명한 하루를
어둠 밖에서 어느 누군가 부르고 있을
이 계절의 노래를 들으며 느낄 것이다
어느 누군가의 노래와 하루가
졸음처럼 아늑했던 이유를,

그대가 오늘 비번인 택시를 타고
망우리로 아니면 행주산성으로 가더라도
지금, 서울에는 비가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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