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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호/신작시/이대흠/무거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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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대흠
댓글 0건 조회 3,590회 작성일 02-06-14 11:07

본문

신작시 
이대흠 
무거운 어머니 


찌시가 익어가고 
누이와 나는 진흙을 빻아서 
떡을 만들고 아이를 만들고   

어머니는 장에 가셨고   

고무신을 이어 기차가 가고 
찌시밭에 이는 바람 
어둠은 어머니보다 빨리 오고   

찌시대 부러지는 소리 
문 열어 문 열어   

무서운 우리는 뒷문으로 
어머니라고 우기는 어머니는 무서워   

달아나는 우리는 나무 위로 꼭대기로 
가지 끝으로 허공으로   

무거운 어머니는 
툭, 
찌시대는 부러지고 
엉덩이에 찌시대 박힌   

어머니라고 우기는 어머니는 무서워 
찌시대 밑동은 붉기만 하고   

  

  

밑동 굵은 감나무 
  

백년 넘은 집이 무너지는 건 단 두 시간 
몇 세대가 나고 죽었는데 
나오는 건 뿌연 먼지 뿐   

포크레인은 순식간에 
사람의 집을 쓰레기로 만들고 
헌집만큼이나 오래된 뒤안의 감나무 
새잎으로 기침 없이 먼지를 마시고   

사람들 웅성거리며, 저 나무도 베어 버리자고 
키만 멀쩡한 게 열매도 보잘 것 없다고   

기계톱은 악다구니로 감나무를 쓰러뜨리고 
가지 끝에는 
열 두 살 가시내 젖망울 같은 
감꽃 맺힌 거   

사람들 돼지고기 씹으며 소주 마시며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고 이구동성 
베어진 나무는 말이 없고   

포크레인은 감나무 뿌리를 뽑아내고 
널찍하니 좋구먼 돼지고기 소주에 
날씨는 무장 뜨거워져서 


1968년 전남 장흥 만손리 출생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94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제암산을 본다' 외 6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상처가 나를 살린다"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현대시 동인상" 수상 "시힘" 동인 홈페이지 : www.e-si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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