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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김정희/폭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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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희
댓글 0건 조회 5,656회 작성일 02-06-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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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정희 
폭설 외 1편 


수억 수백 억 수천 억의 쬐끄만 눈사람들이 
뛰어내리고 있어 아니 
수억 수백 억 수천 억의 배꽃 잎들 
뛰어내리고 있어 
눈 속에다 가만히 눈을 밀어 넣어 봐 
숨 멎도록 깊은 고요에 
내가 지워져 
헛것을 다 지워져 

배꽃 잎에 붙들린 마음만 
꽉 찬 허공을 날고 있잖아 저렇게 






성에 꽃밭에서 


어떤 물소리가 
밤새도록 
창문에 매달려 있었다 그 때는 
그가 
내게로 들어오는 중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였다 
아침에서야 알았다 
그가 
밤을 새워 
유리 속으로 환한 꽃밭 한 채 
밀어 넣었다는 것을 

나는 한동안 꽃밭을 거닐었다 
내 손끝이 만발한 물매화에 닿았을 때 
해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십시간에 꽃 모가지들이 뚝 뚝 부러졌다 
꽃잎들은 찢어져 이리저리 흩날렸다 
나는 사라져버린 꽃밭 가운데 망망히 서 있었다 

내 가슴 저 밑바닥으로 
꽃밭 한 채 
흘러내리는 소리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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