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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김정희/폭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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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정희
폭설 외 1편
수억 수백 억 수천 억의 쬐끄만 눈사람들이
뛰어내리고 있어 아니
수억 수백 억 수천 억의 배꽃 잎들
뛰어내리고 있어
눈 속에다 가만히 눈을 밀어 넣어 봐
숨 멎도록 깊은 고요에
내가 지워져
헛것을 다 지워져
배꽃 잎에 붙들린 마음만
꽉 찬 허공을 날고 있잖아 저렇게
성에 꽃밭에서
어떤 물소리가
밤새도록
창문에 매달려 있었다 그 때는
그가
내게로 들어오는 중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였다
아침에서야 알았다
그가
밤을 새워
유리 속으로 환한 꽃밭 한 채
밀어 넣었다는 것을
나는 한동안 꽃밭을 거닐었다
내 손끝이 만발한 물매화에 닿았을 때
해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십시간에 꽃 모가지들이 뚝 뚝 부러졌다
꽃잎들은 찢어져 이리저리 흩날렸다
나는 사라져버린 꽃밭 가운데 망망히 서 있었다
내 가슴 저 밑바닥으로
꽃밭 한 채
흘러내리는 소리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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