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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이규리/지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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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규리
지문 외 1편
솜다리 왜솜다리에는
덜 깬 새벽잠이 묻어있다
얼음이나 눈을 배경으로 가지는 꽃은
고요가 깊어
솜다리 왜솜다리의 지문을 찍기 위해
얼음과 눈 위에 손바닥을 얹어 보았다
오래 머물던 생각들이 몸 밖으로 밀려나와
자잘한 해안선을 긋고
어떤 지문이 내게 들어왔다 나갔다
몸은 기억이 명확해서
이듬 해 물결무늬의 꽃잎을 내밀지만
솜털까지 복사해 낼 줄은
그림자 놀이
송곳으로 땅바닥에 주욱 금을 그었다
이쪽과 저쪽
넘어갈 수 없는 마음을
그림자가 먼저 건너갔다
꽃이나 토끼 자전거 바퀴나 지붕들이 있고
아주 조금씩 울고가는 아이도 있다
저쪽은 이제 내가 잊어야 하는 곳
내 몸은 너무 커서 자전거 바퀴나 지붕으로 들어갈 수 없다
내가 하는 놀이는 그림자를 옮기는 일
그림자를 읽지 못한 사람들 마을을 떠나갔으니
떠난 마음들 어디선가 그늘로 깊었으리
송곳으로 땅바닥에 금을 긋던 날
늦게 귀가한 그의 팔에
주욱 핏금이 그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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