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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배경숙/타는 가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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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배경숙
타는 가을 외 1편
고열을 견디지 못할 때
뜨거움의 파편들 피가 튄다
가지와 가지 사이
부스럼 같은 추억도
뜨거움의 세력에 숨어있다
몸 구석구석
피멍든 절정도 들어앉는다
촘촘한 햇살이
뜨거움의 온도를 호시탐탐 벼른다
그렁그렁 매달린 눈물은
스스로 독이 오를 것이다
산을 얼러대며 발광하는 단풍
단풍나무 아래 분신하는 뼈 하나
식지 않는 오열로 서 있다
뱀 한 마리 법열로 출렁인다
싫은 가을
온다는 것 자체가 절망이다
절망의 땅에서
쌓여 있는 절망을 내려놓아도
내 혈관은 불온한 날벌레
몽환의 불빛으로 날아든다
쓸쓸함이 고승의 열반처럼 들려있다
단풍든 잎새를 두고
가을은 마지막 잔을 위해 황급하다
습기조차 말라버린
시린 한기의 칼날은 살갗을 파고들 뿐
꺾인 억새꽃조차
영혼의 특구로 날아간 산정
쉴 줄 모르는 바람만 빈 대를 몰아친다
나를 무너뜨린 햇살은
산으로 누운 신부의 육체 위로
끝없이 투신한다
타오른다
내 허약한 절망의 자살이
저 밑바닥 그대 몸 속
고된 탈출의 절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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