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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특집 제7회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미네르바|박시걸·수상작 ㄴ길 외 1편 /신작 안토시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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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292회 작성일 23-01-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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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특집 제7회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미네르바|박시걸·수상작 ㄴ 길 외 1편 /신작 안토시아닌 


박시걸


미네르바─수상작 


ㄴ 길 외 1편



먼 듯한 

 

영아실에서

영안실로 가는

 

그 길

ㄴ이다

 

숨 나르던 요람도

흙 누르던 신발도

몸 누이던 침상도

마지막 눕는 목관도

 

다 ㄴ 길로 간다

 

풀처럼 나서

안개처럼 너풀거리다가

눈처럼 녹아지는

 

ㄴ 위의 행적

ㄴ 

ㄴ ㄴ ㄴ ㄴ 

 

굴절된 시간을 타고

빛의 후미로 날아가는

 

부러진 길

꺾어진 길에

 

떨궈진

맥박의 기척

 

허공에 

선 하나 긋고 간다





곱돌찌개



토막 난 이야기들이 돌벽에 갇혀 뒤척인다


대지를 흔들며 한껏 번지던 붉고 푸른 이야기들


생소한 온도로 달려드는 시간의 투정에 몸을 열고


활활 타는 소각의 강에 얼기설기 누워 숨을 고른다


각막을 지난 색색의 이야기들이


나의 두개골 안에서 끓고 있다





신작


안토시아닌



구름도 바람이 되는

산사의 이웃에

단풍나무 하나

하늘의 티를 모으고 있다


얼마나 큰 상처 

누구에게 부딪혔을까


저 푸르름 아래 

붉은 피 강을 이루고 있다


하늘인들 어찌 아픔이 없으랴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 허둥대다가

머리도 깨지고

다리도 부러지고 


안토시아닌 붉은 울음이

내 살 속으로 파고든다 





심사평


새로운 언어를 갈망하는 영혼



시인이며 시조를 쓰는 박시걸 시인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의 직분만으로도 일상의 삶이 버거울 터인데 시인의 덕목인 즉, 현재의 시점에서 그 너머의 것들을 찾아내는 독립적인 안목으로 많은 불균형에 대처하며 시를 쓰고 있다. 그의 시편에서는 태어나고 죽어가는 生과 死의 운명을 자신만의 언어로 불러내어 결핍의 현재를 거느리고 시간 속으로 여행을 하고 조율한다. 부러지고 꺾어진 삶의 편린들을 마주하는 그 시간들은 그래서 힘들고 버겁다. 

자신만의 고유한 방법으로 쓴 수상작  「ㄴ 길」, 「곱돌찌개」 는 정직한 성찰에서 발화하는 독특한 서정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 내면의 어둠과 아픔을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는 시인의 시작법에서 무한 가능성을 보며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새로운 이미지는 한 세계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삶에서 우러난 진정성을 거머쥐고 새로운 언어를 갈망하는 시인의 영혼이 따뜻하게 때론 격렬함으로 파고든다.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자신만의 존재방식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끌고 가는 박시인이 한국의 시단을 넘어 미국의 시단에서도 모쪼록 우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응원과 함께 힘찬 박수를 보낸다./이채민 미네르바주간





수상소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천년을 걸어도 멀기만 한 은하수 길, 어둠의 절벽을 끝없이 타고 넘는 밀레니엄 워커들을 본다. 시간의 굽은 허리에 얹혀서 달빛 일그러짐에 마음 졸이고 별빛 퍼들거림에 마음 찢기며 응집된 감정들 다 풀지도 못하고 우주 저편으로 훌쩍훌쩍 건너가는 사람들도 본다. 한나절 하늘을 에도는 구름처럼 떠돌다가, 시를 쓰게 되면서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이제껏 걸어온 길이 곧은 줄만 알았는데 굽어 있었고, 길섶에 밀어낸 시간들도 멈춘 줄만 알았는데 가고 있었고, 길바닥에 떨군 언어들도 마른 줄만 알았는데 자라나고 있었다. 아침마다 창가에  다가오는 햇살도 연인의 편지처럼 가슴에 보듬게 되었고, 수목 우거진 숲을 울리는 새들의 지저귐도 하늘의 메시지로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밤에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는 분질러진 인연들이 그 삭아가는 기억의 고리들을 굳어진 바람의 벽에 덕지덕지 걸고 있는 아픔도 보게 되었다. 서머셋 모옴은 시가 문학 최고의 왕관이요 문학이 목표로 하는 정점이며 아름다움과 고상함을 성취하는 인간 정서의 가장 빼어난 활동이라고 하였기에, 시인의 길을 걷는 것만도 영광인데 귀한 상을 수상하게 됨에 큰 활력을 얻는다. 시인으로서 살아갈 눈과 귀를 열어주고 가슴을 일구어준 귀한 만남들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박시걸 2012년 《심상》으로 등단. 2018년 《월간문학》으로 시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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