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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특집 제7회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시와정신|박종영·수상작 낯선 손님 외 1편 /신작 강아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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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02회 작성일 23-01-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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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특집 제7회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시와정신|박종영·수상작 낯선 손님 외 1편 /신작 강아지폰 


박종영


시와정신─수상작 


낯선 손님 외 1편



발에도 습지가 있다


습지에는 애벌레가 세 들어 살고

독한 냄새를 풍기는 빈집엔

냄새와 곰팡이가 서식하고 있다


가려움을 습관처럼 여기는 동네에는 

항상 외지인들이 들락거렸다 

뜯어내도 습기가 차는 벽면


검은 무리들이 포자번식으로 자라고

좁은 벽 틈새를 비집고 녀석들이 크고 있다


벽이 벽을 쓰다듬는다

상처를 치유해주는 의식

껍질은 무르고 질긴 감성을 지녔다


안쪽 깊숙한 곳에 둥지를 틀고

성질 급한 놈들을 유혹한다

긁으면 긁을수록 고약해지는 상처


부스럼처럼 번져나가는 열꽃

충혈된 몸속에도 물관이 있다

가려움은 고통을 동반한 비상사태


붉은 집에는 오래도록 까다로운 손님이 들락거렸다





느린 동네



서걱서걱 갈잎 사이 

잘 익은 해 한 덩이 

검붉은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이삭 거둬간 너른 들판

참새 떼 수면을 차고 올라 떼 지어 난다


햇살 무거워 넘어지는 서쪽 

철새들 무리 지어 날고

익숙한 풍경만 지워 나가는 촌로


벼이삭 끝없이 펼쳐진 땅

한 뼘 안에 갇혀있다


방조제로 갈라진 수면 위로

물안개 우물거리고 

사투리 길게 늘어지는 동네


성긴 결 더듬어 찾아온 이곳

게국지* 참맛에 하루해가 저문다


  * 게국지 : 충남 서산 지역에서 절인 배추와 무, 무청 등에 게장 국물이나 젓갈 국물을 넣어 만든 음식.





신작


강아지폰



나를 요리조리 쫓아다니며 성가시게 구는 녀석입니다

잠시 곁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안달을 하는 녀석입니다

나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한가 봅니다

조금은 불편하고 성가시겠지만

때론 쓸 만한 구석도 있는 녀석입니다

참고로 이 녀석은 내 귀를 좋아합니다

고장 나면 귀찮고 불편하며,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배고프지 않게 주기적으로 간식이라도 잘 챙겨주면 

재롱도 떨고 예쁜 짓도 많이 한답니다

쥐어박거나 괴롭히면 

보복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안하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음악을 듣거나 산책 시키며 놀아주면 

고장 나지 않는 영리한 녀석입니다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신발도 신지 않고 달려와 반깁니다

손으로 쓰다듬어주면 좋아하고 

연락이 오면 시도 때도 없이 짖지만 

마음 한구석은 따뜻한 녀석입니다

충실하게 모든 임무를 수행하는 영리한 녀석이니 

잘 가르쳐 옆에 두고 쓰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심사평


새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



박종영은 2017년에 《시와정신》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활발한 시작활동을 펼쳐왔다. 그동안 그는 『서해에서 길을 잃다』, 『우리 밥 한번 먹어요』 등 2권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그의 시세계는 선명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구축되는 언어의 미학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는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정감어린 경험을 시의 출발로 삼는다. 그는 자연적이고 전원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시를 전개해감으로써 우리에게는 따듯하고 정감어린 세계를 일깨워주고 있다. 그의 시는 일상의 리얼리티를 통해 사실을 들어내지 않고 그것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으로 나아간다. 그의 시에 엿보이는 자연 속의 시련을 넘어서는 생에 대한 긍정은 무엇보다 웅숭깊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승화되어 나타난다. 박 시인의 이러한 점들을 높이 평가하여 전국계간문예 작품상 수상자로 선정하였다./김완하, 송기한 





수상소감


느린 동네에서 서툴게 웃으며 산다



느린 동네에는 느린 사람들이 산다. 느린 동네에서 태어나 느리게 살아왔고, 느림의 미학을 배웠다. 아름다움의 가치가 빠름에 있는 것만이 아니다. 느림의 내면에도 그 나름대로 멋과 꾸밈이 존재하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존재론적인 가치 기준을 따지기 전에 요즘 충청도 사람들은 여타 지역 사람들보다 더 빠르고 민첩하다. “아버지 돌 굴러가 유”는 옛말이다. 요즘 충청도 아버지는 재빨리 피하여 저만치 앞서 걸어간다. 그만큼 요즘 아버지는 느리다는 이유를 알기에 수많은 노력을 해왔을 것이다. 영특해지고 재치가 넘친다. 요즘 충청도 아버지들은 돌이 굴러 내릴 것 같은 직감이나 지혜가 앞서 다가올 미래에 미리미리 대비한다는 말이다. 느린 동네에서 느리게 살아왔기에 느리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하였으리라. 내 자신도 아버지를 보며 느리다고 핀잔 받는 것이 싫어 더욱 열심히 살아왔고 더 창작에 심취하고 공부하고 있다. 문학의 열정과 문학의 심취에 빠져 하루가 가는 줄도 모르고 사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느린 동네에서 서툴게 웃으며, 동작이 느린 이웃들과 만나 느린 마음을 서로 나누며, 살아갈 계획이다.

느린 시를 예쁘게 봐 주시고 느린 행로에 손을 잡아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박종영 2017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 『서해에서 길을 잃다』, 『우리 밥 한번 먹어요』. 시와정신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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