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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허형만/박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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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허형만/박쥐 외 1편
허형만
박쥐 외 1편
베드로 사도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셨지.
거꾸로 매달려 보았니?
거꾸로 매달려 바라보는 세상을 너는 아니?
인간들은 나를
온 세계 코로나19의 원적지로 지목했지만
천만에, 인간 대신에 내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셈이야.
사실 지구상에서 인간만큼 어리석은 종족도 없지.
내가 초음파로 듣고 보는 능력을 인간은 가지지 못하지.
그래서 지금 신은 나보다 인간에게 경고등을 켜신 거야.
사냥
나의 화살촉은 무디었으나
내가 쏘아 잡은 것은 언어였다.
피 흘리는 언어였다.
나의 시야에서 반투명체로 어른거리던
그리하여 나의 투명한 정신을 혼란케 했던
바로 그 언어라는 동물은
잠깐 유리창에 스쳐 지나간 바람결 같은
우리네 목숨을 닮았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사냥은 외롭다는 거. 늘 불안하다는 거.
그리고 끝내는 피를 본다는 거.
*허형만 197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황홀』, 『바람칼』, 『음성』 등 19권과 일본어시집 『耳を葬る』, 중국어시집 『許炯万詩賞析』. 활판시선집 『그늘』,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 『뒷굽』 등. 한국예술상, 한국시인협회상, 영랑시문학상, 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국립목포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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