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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최휘웅/길 위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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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67회 작성일 23-01-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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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최휘웅/길 위에서 외 1편 


최휘웅


길 위에서 외 1편



중앙으로 진입하기 위하여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침침해진 눈으로 앞만 응시한다

의식은 불투명한 불안곡선이다

갑자기 개가 뛰어들었다.

입에서 튀는 거품을

목 밑으로 밀어 넣는다.


거대한 빌딩과 반비례로

자꾸 왜소해지는 자신을

가늠하는 일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사방이 유리벽이어서

몸 돌릴 틈이 없다.


어제는 아내와 말다툼을 했다

그럴 때마다 더 작아진 체구를

집밖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중심에서 멀어진

오늘은 내일로 향할수록

시간의 톱날 위를 가게 될 것이다.


갈수록 두려움의 부피가 커진다.

나도 격리수용 될 수 있다는

강박이 밀고 올라온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검은 옷의 뒤를 쫒다가

경적 소리에 놀라

나도 모르게 액셀레더를 밟았다. 쾅.





풍경



오늘도 지하철 불빛 아래서

시간은 공전한다 


날선 감정.

지워지지 않는 얼룩.

막장 드라마는 문을 닫았다.


지친 20세기의 그림자를 안고

나는 21세기를 걷고 있다


화려한 5G의 미래와 

시대를 초월한 빈곤이

서로 대치하는 지점에

지하철은 덜컹하고 섰다


수상한 바람이 늑골로 들어왔다.

복면한 자가 역을 빠져나간다.


아픈 움이 돋는 야만의 도시 

문명의 근골 사이로 

범람하는 21세기의 청춘 남녀들


19세기 식 이별가를

커피 한 잔으로 달래는 나는

모자를 흔든다

과거가 미래를 향하여 손을 흔든다





*최휘웅 198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지하에 갇힌 앵무새의 혀』 외 6권. 평론집 『억압. 꿈. 해방. 자유.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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