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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박원희/부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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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34회 작성일 23-01-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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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박원희/부활 외 1편 


박원희


부활 외 1편



나를 포기한 밤이 지나야 새벽은 온다


폐플라스틱 사이에서 

폐플라스틱을 가르며

물고기의 배를 가르면 뱃속 가득 담고 있었던

폐플라스틱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나둘 고물상으로 들어와 꿈을 꾼다

새것이 되는 꿈


무릎, 허리, 팔

온몸

정신머리하고

그동안 살아온 기억 두고 온 기억이 

너무 멀리 있어

바람 불면 더 멀리 가 있는 생각

갈아 낄 수만 있다면

골라서 갈아 끼우고 싶은 

고물상


폐지를 잔뜩 안고

폐플라스틱처럼 구부정한 삶이

들어와


폐플라스틱처럼

꿈꾼다

허망하지 않은 꿈

새롭게 태어나는 꿈

한 번은 뒤집혀야 새롭게 일어나는 꿈

맞고, 부서지고, 분해되고

한 번은 죽어야 다시 사는 꿈

나눠지고, 흩어지고

다시 뭉쳐 일어서는 꿈


어디선가 다시 

분해되고 모여

잘게 부셔져

뜨거운 곳에서 다시 부활하는 몸


다시 

무엇이 되는





나는 그놈이 있을 곳을 안다



나는 그놈이 있는 곳을 안다

밤이면 파랗게 불을 켜고 바라보는 것들

나는 그놈이 있는 것을 안다

천적이 없어진 거리에서

그놈이 사는 방법들

사람만 피하면

불을 파랗게 켜고

밤길에서

오줌을 누고 있는 나를 경계하며

오줌 싸도록 경계하는 그놈

산다는 것이

길을 건너다 죽음에 이르는

한 길 속을 아는 놈이

숨어서 웅크리고 몸을 숨기고 나를 바라보는

파란 경계에서

나는 지금

그놈이 있는 곳을 안다

산다는 것이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박원희 1995년 《한민족문학》으로 등단. 시집 『나를 떠나면 그대가 보인다』, 『아버지의 귀』,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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