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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우대식/마리아를 위한 변명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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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12회 작성일 23-01-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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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우대식/마리아를 위한 변명 외 1편 


우대식


마리아를 위한 변명 외 1편 

―시론



마리아

당신은 내 유일한 저쪽이다

모래바람이 당신의 한쪽 얼굴을 쓸고 갈 때

태양은 당신의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맑고 찬 우물에 충충히 번지는 양의 핏물처럼

광야의 밤이 찾아온다

짐승의 울음소리가 떠도는 밤이다

태초에 있었던 당신

마리아라고 부를 때마다 쌓여가는 그리움의 두께를 느낀다

가까스로 살아 

당신을 배경으로 오래전 인화된 사진처럼 낡아간다는 사실은

어떤 위로와도 견줄 수 없다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 있다는 사실도 적어둔다 

마리아

서리 내리는 가을 새벽처럼

우리가 좀 더 추운 곳에서 종말을 맞이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물을 긷는 사내가 되어 어떤 골목길에서 당신을 만나는 꿈을 꾼다

조심스레 길을 비킨다

찰랑대는 물통에서 몇 방울의 맑은 물이 당신의 옷자락으로 떨어진다

내가 당신과 동행하는 서툰 방식이다

당신과 내가 눈 내리는 사막을 걸어 어느 배두인의 집에 이르면

호롱불 아래 수많은 문자들이 울고 있을 것이다

거기서 십 리 즈음이면 나의 노래도 멎을 것이다

마리아,





허공의 집



가을,

맑은 허공에 집을 짓는 거미처럼

일생 헛된 집을 짓는 자로 살았다고

고백하면

바람이 분다

의식 저 안에 늘 불빛이 하나 서려있다

더 멀리 가라는 기표인지

그리 오라는 것인지 알지 못해

늘 서성이며 오늘 여기 서있다

가을비가 내리는 저녁이면 

쌀을 씻던 당신의 손과 

그 물소리를 한없이 생각했다

가을,





*우대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 『단검』, 『설산 국경』 등. 저서 『죽은 시인들의 사회』,  『시에 죽고 시에 살다』, 『선생님과 함께 읽는 백석』 등. 현대시학작품상 수상. 현재 숭실대 문예창작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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