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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반연희/내 이야기가 아니야 외 1편 

반연희

내 이야기가 아니야 외 1편

바람이 불었다

눈에서 불꽃이 튀자 벽이

들고 있던 유리창을 던졌다 

집이라 불리던 단정함이 사라지고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소나기가 배달되었다

젖은 벽들이 퍼렇게

부풀어 오르고

바람은 수시로 흔들었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지붕보다 견고한 의심이 자라오르고 

익지 못한 말들이

가지마다 웅크려 하나씩 떨어졌다

꼿꼿한 등과 싸늘한 눈빛을 남기고

바람이 분다

나는 나를 흔든다 

질문

공이 높이 떠오른다

자석에 끌려가는 쇳가루처럼

공이 아닌 것들은 움직이고

비로소 이야기는 하나의 중심을 따라

평화의 형식을 깨뜨린다 

정점을 찍고 떨어지는

갇힌 바람의 욕망

지워진 모서리들이 

깨진 자석처럼 다시 붙어 날을 세울 때

너는 나에게 공을 던지고

하나의 질문이 속력을 내고 있다

*반연희 2001년 《다층》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