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80호/신작시/유정임/거울 앞에서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23회 작성일 23-01-19 11:13

본문

80호/신작시/유정임/거울 앞에서 외 1편 


유정임


거울 앞에서 외 1편



내 생의 0.5초 의 문이 열리면

언제나 거기 네가 있다

진실이라는 단어를 떠 올린다

우린 서로 진실이었을까

진실의 형체가 그려지지 않는다

상점 앞에서 춤추고 있는 허풍선이 인형이라도 같았으면 좋았을 걸

손이라도 잡아보게

놀이터에 빈 그네라도 되었으면 좋았을 걸

잠시 앉아서 그 체온이라도 느껴보게

그게 언제부터 조금씩 무너져 갔는지

수없이 봐온 우리는 서로 허상이었나

뒷면이 궁금해진다

돌아서도 결코 볼 수 없는 스스로의 뒷면

거기 진실이 묵상하고 앉아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서로 등을 돌렸을 때

나는 괜찮아, 괜찮다 거짓말쟁이

네네 순종하며 사는 착한 둥이

이것도 저것도 옳은 회색분자

옷을 벗고 나체족들과 함께 해변을 거니는

오토바이를 타고 굉음을 내며 거리를 달리는

미친 듯 춤을 추는

고래고래 소리를 높여 노래를 부르는

거침없이 노노를 연발하고

형체 없는 자유와 신에게 저항하는 그림자


네가 거울 속에서 나오든

내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든

우리 둘이 손을 마주 잡는 순간

진실은 거기, 찰나


거울 속에 햇살이 비쳐

우리의 잔상이 허물어지고 있는 순간이다.





오수午睡 



거실 소파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니

반가운 이가 뭉실, 구름으로 떠있다.

빙그레 눈으로 인사하고 잠간 바라보고 있자니

솜사탕 같은 입술을 둥글게 내밀고 입 맞추러 다가온다

따듯한 황홀감에 눈감고 기다리다 잠시 눈을 떴는데

그 입술 간데없고 어느새 이글루 두 채 지어 문 열어 놓고 기다린다.

달려가려고 한 발 번쩍 들어 올렸는데 그만 또 눈 깜빡했다

다시 바라보니 화가 났나보다.

그 집 다 허물어 헤쳐 놓고 시무룩하다

눈 부릅뜨고 기색을 엿보다가 또 잠시 한눈 팔았는데

그가 서편으로 흘러가며 손 흔들고 있다

미안한 낯색으로 부스스 일어났다.


깜빡깜빡 하는 사이 우주의 마음 하나를 잃었다.





*유정임 2002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봄나무에서는 비누 냄새가 난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