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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박시영/바람소리를 듣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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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44회 작성일 23-01-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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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박시영/바람소리를 듣다 외 1편 


박시영


바람소리를 듣다 외 1편



갈증의 모래밭을 타박타박 걷다보면


먼 곳의 초록 배경이 

얼굴을 바꾸며 지나갈 뿐


걸음은 다른 길로 들어서지 못하지


모래밭이 지닌 내력을 지우듯

빗줄기가 빗금을 긋고 지나간 뒤


어린 해바라기가 품게 된 

치명적인 그늘도 

가을 산처럼 비어간다


고개 숙인 해바라기

깊어진 풍경에 귀 기울이면


울창한 바람소리

아직 먼 곳에 당도한 듯 

일렁임만 내보이고


한낮의 햇빛은 

바랜 색을 남기고 멀어져간다 





손을 내밀다



죽을힘을 다해 꽃 피우려 하다니

그건 가난한 일이었는데


불안을 먹이 삼아 걸어온 날들

무시한 채 건너 뛴 발바닥 아래 


얼굴이 뭉개진 하찮아진 무늬들 

함부로 묻혀 있는 옹기종기 흰 뼈들 


짧은 햇살에 피어난 찔레꽃들

방치한 마당은 텅 빈 헛간이 되어간다


햇살과 그늘을 숨 쉬는 동안

날씨는 얼마나 많은 습기를 품어왔나


고무나무 잎에 천진한 햇살 

잠시 내려앉아 놀다 간 뒤


꼬리만 남겨두고 사라진 풍경들

구석에 뭉친 먼지처럼


거기 밟히고 형체를 잃은 

무늬를 발굴하는 일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박시영 2007년 《시와 경계》로 등단. 시집 『바람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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