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72호/신작시/오현정/아귀도 예술을 한다 외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329회 작성일 19-06-28 11:34

본문

72호/신작시/오현정/아귀도 예술을 한다 외1편


아귀도 예술을 한다 외1편


오현정



수학시간 분수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 분수를 지키지 못한 날
기다림을 알았다


화씨와 섭씨의 차이를 공식만 외우다 폭염을 참아내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열불 날 때 꽤나 매운 척
아귀무침의 눈짓 살짓에 반한 척
냉큼 먹고 싶다


울퉁불퉁한 가시 쫀득한 물텀벙으로
비대한 머리를 찬물에 씻고 불에 달궈
글썽거리는 시간에 맞춰 요리하는 손을 본다


정성을 다하는 혀와 일심동체가 될 때까지
절로 탄성을 내지를 때까지
맛있는 음식은 예술을 한다


감동은 맛의 증명
개념파악을 먼저 해야만 개념 있게 산다


삶은 허기를 채우기보다는 추억을 구워야
다음 생을 실패하지 않는다


아귀를 기다리는 동안
목마른 큐브를 맞추며 입안에서 뼈를 굴린다
느긋하게





너의 즐거운 고백



마을 어귀를 날아다니는 잠자리, 바람에 춤추는 보라 꽃넝쿨
내 가슴에 들어온 날 음표가 살아났어요
체게바라보다는 청바지를 입고 싶었죠


전쟁은 노래를 훔쳐가죠
혁명보다는 낭만이 엄지 척
정치는 노래하지 않을래요


남쪽이든 북쪽이든 내 노래가 필요한건 삶이 때론 폭우에 잠기기 때문이죠
나를 가르친 고향을 떠올리면 이념 따윈 사라지고 젖은 옷을 뽀송뽀송하게
바람에 날리며 당신께 달려가죠


병원 침대에 누워서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면 늦을 거예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 당신과 나의 무대 위에 있어요


만일 내게 오신다면
아바나에서 이십여 분 자동차를 타고 쿠바의 리듬을 고개짓하며 브이를


나의 풍만한 유방과 보컬 멤버들의 흥을 돋우는 엉덩이는 평화의 악기죠
아주 자유분방하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오가며 신나게 흔드는 영혼의 밴드죠


내 이름은 다이메 아로세나
재즈에 몸을 담고
또 다른 정신을 울리는 누에바 에라Nueva Era를 부르죠


나는 늘 가난했지만 행복하죠
당신의 지문으로 눌러주세요, 빨간 하트





*오현정 1989년 《현대문학》 추천완료로 등단. 시집 『몽상가의 턱』, 『광교산 소나무』, 『고구려 男子』, 『봄온다』, 『물이 되어, 불이 되어』, 『에스더 편지』, 『마음의 茶 한 잔·기타詩』,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애지문학상, PEN문학상 등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