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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시/조성림/마두금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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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시/조성림/마두금 외1편
마두금 외1편
조성림
마두금은 사막의 노래
말머리를 하고
달리고 싶은 발굽 대신
강물 같은
현의 세계를 내어놓네
현을 뜯으며
향처럼 노래를 피워
저 천공에 올리고 있네
말 못할 애달픔이 녹아
달처럼 깊은
우물을 길어 올리네
현에서 현을 건너는 노래
저 먼 가슴의 골짜기에서
이 가슴의 골짜기를
달처럼 혼자서 건너오는 노래
부추꽃
나는 천성이 게을러
여름을 놓치고
밭뙈기 끝에서는
부추꽃들이 피어났다
오히려 나의 게으름을
좋아라, 했을 것이다
흠, 게으름도 꽃이 되다니…
푸른 몸의 저 끝에서
피워 올린 하얀 왕관들,
가을볕의 후광을 입어
장관이다
벌써 어느 먼 나라에서 온 사신들인지,
벌들이 날개 춤을 추며
내가 없어도
잔치는 무르익었다
*조성림 2001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지상의 편지』, 『세월 정류장』, 『겨울노래』, 『천안행』, 『눈보라 속을 걸어가는 악기』, 『붉은 가슴』, 『그늘의 기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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