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72호/신작시/김다연/혼잣말을 쳐라 외1편
페이지 정보

본문
72호/신작시/김다연/혼잣말을 쳐라 외1편
혼잣말을 쳐라 외1편
김다연
많이 지쳐 보이죠,
세상의 모든 말을 끌어와
말 옆에 매어 두는 말에 다친 말
말 때문에 고비 넘긴 말
갈기만 잡고 말을 부리는
변사처럼 말을 탄 게 얼마 만인지
타지 않은 말의 탄력에
이내 축축해지는 말의 질주
내차거나 사납거나 순하거나
들의 마른 풀을 홀로 질겅이는 말은
고개로 시간 끄는 말
그 말 내 말 아님을 알지요
당신도 당신 말이 아니니까
서둘러 발을 빼고 히힝 웃죠
이 말들을 초원에 풀어
야생마처럼 몰고 모는
신파극이 마냥 신이 날 수 없어요
자자~ 워워~ 쯧쯔~
이렇게 또 한고비 넘어가야죠,
채찍 하나 쥐고 이랴!
고요한 밤 거룩하지 않은 밤
아르카를 찾아온 성탄절 밤, 별길처럼
자켓을 풀어내리는 쟈크처럼
Y 마트 뒷골목이 벌어진다
초원을 넘어온 달이, 작업모로 걸려있는 가로등 밑
마유馬乳 냄새가 나는 술병같이
조금 전 사라졌을
고양이들 캐럴이 흘러나온다
막 달라 보이는 골목과
장난감 큐브 같은 무인텔 사이
머나먼 국경에 서 있는 Y마트,
형의 행방을 묻는 아르길의 눈이
몽골말이 드난 퀴퀴한 여인숙을 찾는다
모래와 바람과 초원이 얼룩져
쪽방 천정에 떠 있는
고비의 별,
모퉁이에 걸린 빈 가죽부대 같이
사막의 게르*였을 작업복을 고장난 쟈크가 물고 있다
고비를 고비로 갱신하는 2+1의 나라
예, 혹은 아니오, 도 Y길에 들어서면 질문이 된다
불현듯 새총으로 쏜 돌멩이가 된다
동방의 그는 어느 별을 따라 떠났을까?
* 몽골의 이동식 천막.
*김다연 2002년 새벽 『사랑은 좀처럼 편치 않은 희귀새다』 시집 발간으로 작품활동. 시집 『바늘귀를 통과한 여자』.
- 이전글72호/신작시/김상숙/봄볕 외1편 19.06.28
- 다음글72호/신작시/최금진/농협장례식장 외1편 19.06.2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