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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시/김민서/약식 회고록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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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311회 작성일 19-06-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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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시/김민서/약식 회고록 외1편


약식 회고록 외1편


김민서



열둘
쌀을 씻기 시작했다
물과 함께 쌀이 떠내려 갔다
엄마의 뜨거운 손이 등에 들러붙었다


스물둘
서울에서 가장 멀리 가는 밤기차를 탔다
가진 건 금반지 하나와 빈 양은도시락 뿐
신문지를 재단해 호떡집 봉투를 붙였다
입에 풀칠하기 위해
정치면에 실린 대통령 얼굴에 날마다 풀칠을 했다


스물일곱
족두리 위로 최류탄이 날고 연지곤지가 얼룩졌다
청상의 시어머니가 던진 밤에 맞아 이마에 멍이 들었다
명륜당 은행나무가 던져주는 옐로카드를 여러 장 받았다


삼십대
가슴으로 뛰어든 비단잉어와
아버지가 따준 홍시를 들여다보느라
강산이 변했다


사십대
아프면서 자란다는 유년기를 지나
아프면서 성숙해진다는 청년기를 지나
아프면서 시들었다


오십대
9센티미터 힐을 신었다
날마다 파티가 열리는 다른 세상이 보였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세월 가는 줄 몰랐다
춤바람이라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그믐달



가지빛 밤의 이마에 돋는 은 부메랑


캄캄한 살을 비집고 나온 어둠의 흰 뼈


푸른 하늘에 구름이 새겨놓은 눈썹 문신


배고픈 젖먹이가 한 달 내내
잇몸으로 녹여먹다 남은

뻥 튀기


사냥을 위해 고양이가
다듬다 벗어놓은 얇은 발톱


오늘은
마음의 모세혈관까지
언어의 피를 보냈나 묻는
오른쪽이 열린 물음표





*김민서 2008년 《시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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