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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시/김다솜/나이테무늬가구 완판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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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시/김다솜/나이테무늬가구 완판 외1편
나이테무늬가구 완판 1편
김다솜
말없이 보듬어주던 눈사람들은
사업을 하다 실패해서 고향으로 갔을까요
시험에 떨어져 아님 합격해서 사무실로 갔을까요
그를 그리워한들 오겠어요. 밤이슬 맞으며
어딘가 데리고 갈 트럭을 기다리는
그는 구름을 보며 살아온 무늬들
밤, 낮 사용하던 침대와 밥상, 책상과 의자 이것저것 그들이 버리고 떠난 눈사람은 낮선 곳에 누워 누굴 탓 하고 누구랑 사랑하고 있을까요 탁자 하나 들고 와 새것처럼 만들고 또 거울 하나 들고 왔지요
불빛 화려한 회백색 도시에서 버린 가구 만난 것도 인연,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도 인연, 높은 바위에서 나비구름 만나는 것도 인연,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처럼 서로 잘 만나야 한가위 보름달처럼
TV와 신문 광고 하지 않아도
며칠 지나면 완판 되는 골목길 가구점
빗살무늬, 옹이무늬, 나이테무늬 가구들은
숲속에서 새와 동물들 놀이터로 빌려주다가
빌딩숲에 사는 새와 동물들 위해
희생하니 결국 창문 밖으로
백화산, 구수천 트레킹
옥동서원 지나 백옥정 그곳에서
수 백 채 기와집 있었던 마을을 본다
구슬봉이, 미치광이, 처녀치마 피고지는 그곳에 금돌성 흔적이 있다 복음의 씨를 뿌린 베드로님은 내원에 잠들고 안개는 한성봉 봉우리를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한 시절 쿵덕쿵덕 잘 보낸 대궐터는 언제 복원될까 거문고 튕기다 바위가 된 임천석대도 있다
산은 산을 지키며 살고
물은 물과 함께 흘러가는
저승골 들어갈수록 영혼을 천도하듯 호로호로 마라 호로 새들이 염불을 하고 시리시리 소로소로 꽃바람이 노래를 한다 자라자라 마라자라 물소리 깊어지는 구수천 물소리가 나를 사박사박 데리고 가는지 내가 구수천 물소리를 찰랑찰랑 데리고 가는지
시를 낭송하듯 들리는 소리 소리들
여덟 구비 구수천 시비詩碑 앞에서
*김다솜 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나를 두고 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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